'최저임금 감액' 경영계 8천원 제시에 노동계 "인면수심"
'최저임금 감액' 경영계 8천원 제시에 노동계 "인면수심"
  • 이재인 기자
  • 승인 2019.07.04 07: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이성경 근로자위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2019.7.3/뉴스1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4.2% 감액한 8000원을 제시하고 업종별 차등화를 거듭 주장하자, 노동계가 "인면수심 그 자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통해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과 합리적 제도개선에 대한 사용자위원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심각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 사상 첫 '감액' 최초 요구안을 내놓은 이유로 "산업 현장의 부작용과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은 최근 2년간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해 약 30% 가까이 인상됐다"며 "이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는 노동시장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에 전방위적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지난해 기준 311만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15.5%에 달한다"며 "일부 취약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에선 그 비중이 3분의1을 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이 10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점 등을 들면서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은 생각조차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제도 전반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한 결과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업종별 구분적용을 의무화하고, 영세·소상공인에 대해 구분 적용할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를 대법원 판결에 맞춰 '소정근로시간'만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이는 현재 임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기업에게 향후 최저임금 인상에서 약 20% 가량 부담을 완화할 여력을 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밖에도 연봉이 일정금액(3000만원 또는 중위임금의 100%)를 초과하는 근로자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연봉이 중위임금을 넘어서는 이들은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음에도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탓에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되고 있어 사용자 부담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계 주장에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사용자위원들의 최초 요구안과 입장문을 "인면수심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우리 사회의 후진적 노동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발전을 퇴보시키자는 내용"이라며 "감히 최저임금을 8000원으로 낮추자는 망언을 하려거든 재벌 곳간에 쌓여있는 100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깎자는 주장은 재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반민주 경제종속체제와 재벌 경영으로 나타나는 경제실패를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겠다는 만행"이라고 규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최저임금 삭감은 소비 감소와 경기침체를 불러와 소상공인 본인들은 물론 우리 경제에 매우 나쁜 영향을 준다"며 "경제를 망칠 생각이 아니라면 최저임금 삭감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는 노동계가 앞서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1만원'(전년대비 인상률 19.8%)과 경영계의 '8000원'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진행됐다. 노사 최초 요구안이 모두 제출되면서 본격 심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노사 간 견해차가 몹시 현격하기에 양측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그 안에서 합의를 유도한 뒤, 이 안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