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에 '사람 안보는' 윤석열 변수 돌출…정국 혼돈
조국 사태에 '사람 안보는' 윤석열 변수 돌출…정국 혼돈
  • 김용안 기자
  • 승인 2019.08.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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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를 둘러싼 특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7일 오후 부산대학교 3층 세미나실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소속 수사관들이 약 9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끝에 각종 압수품 박스를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2019.8.27/뉴스1 © News1 박채오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각종 특혜·불법 논란에 검찰이 27일 전격적인 강제수사 착수로 응답했다.

장관 후보자, 그것도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이 불쑥 칼을 빼들었다. 여권은 물론 검찰 수사를 촉구해 온 야권에서도 놀라는 눈치다.

'검찰 개혁' 소명을 앞세워 정면돌파를 택한 청와대와 여권, '공정·정의' 같은 문재인정부 무기를 들고 여론과 함께 조 후보자는 물론 그와 한몸인 정권을 겨냥한 야당, 양 진영이 맞붙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윤석열 변수'가 더해진 형국이다.

그런데 이 변수가 간단치 않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며 정권 눈밖에 났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 마디로 주목받았던 강골이자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특검팀에 합류해 재기한 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전격 발탁됐고, 지난달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검찰 개혁'을 한껏 기대하며 힘을 실어줬다.

그런 윤 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조 후보자를 상대로 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착수됐다. 고발 건을 다루는 형사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나섰다. 검찰총장의 의지가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대검은 압수수색 착수 이후에야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었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어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침 문 대통령도 그에게 임명장을 주며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 탓에 여당도 야당도 이날 머릿속이 잔뜩 복잡해졌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초 "빠른 시일 내 수사해서 문제를 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가, 이후 공식 입장문에선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에 유감이다.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장관이라는 있을 수 없는 사태를 빨리 종결지어야 한다"(전희경 대변인)며 검찰의 강제수사를 빌미로 사퇴 공세가 나오다가, 오후 들어선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청문회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나경원 원내대표)한다는 의심이 나타났다.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가 어떤 의도에서 출발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검찰이 칼을 거꾸로 잡은 것인지, 칼집 채로 들어 시늉만 하는 것인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적어도 청와대나 여권 핵심부가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사전에 알았거나 '양해'를 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지만, 이날 당혹스러운 여권의 반응을 보면 그것도 속단하기 어렵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압수수색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검찰 수사 자체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에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청와대 관례"라며 입을 닫았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압수수색까지 받는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피의사실이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기색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으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이날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우여곡절 끝에 내달 2~3일 이틀간 실시하는 것으로 여야간에 합의됐다.

법정 시한에 맞춰 오는 30일까지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던 여권의 강력한 요구는 성사되지 않았다.

청문회까지 어떤 추가 의혹이 더해질지, 여론은 어떻게 흘러갈지,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어떻게 소명할지 등에 더해 이제 그 사이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주목해야 할 상황이 됐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는 청문회 차원을 넘어 조 후보자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현재 검찰의 움직임이라면 조 후보자가 청문회를 넘겨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 하더라도 쉽사리 칼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만일 법무부장관이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고 주요 혐의가 일부라도 확인되는 상황에 이른다면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사안의 중대성을 검찰도 모르지 않는 이상 어떤 결과도 상정해놓지 않은 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며 "끝까지 청문회 준비를 성실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