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대결이 국론분열 아니란 대통령·與…학계 "형식논리 빠져"
광장대결이 국론분열 아니란 대통령·與…학계 "형식논리 빠져"
  • 김용안 기자
  • 승인 2019.10.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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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최고위원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광화문집회 관련 기사를 보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나뉜 광장의 세(勢) 대결 양상에 대해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자 여당도 덩달아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두 광장의 목소리를 통상적으로 있던 갈등 양상으로 의미를 축소하는 정부·여당을 향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책임 있는 정치인이 아닌 평론가적 시선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는 등의 지적들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7일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면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에서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호응하는 의견이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을 내고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론분열, 대립, 갈등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이를 바라본다면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대통령의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어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는 "통상적으로 51:49 또는 한 55:45 정도의 (찬반이) 늘 일상적으로 우리 이슈를 다룰 때 나타났던 국민적 의견이었고 일제 식민지 평가를 놓고도 한 20% 정도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지 않으냐"며 광장의 세 대결을 흔히 있던 갈등 양상과 동일시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검찰개혁'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19.10.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다른 당 관계자도 "정치는 원래 갈등이고 국론 통합은 전체주의 시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며 "현 상황이 국론 분열이라는 지적은 언론의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국론 분열이라는 단어는 마치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며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조 장관을 해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여권 시각에 대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사안에 대한 선호가 나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처럼 강도가 강해지는 것은 '다양한 목소리' 차원을 넘어선 국론 분열이라 보는게 맞다"며 "많은 국민들이 몇달 넘게 조 장관과 관련된 언론 보도로 인해 피로감과 우려스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주장처럼 갈등이 정치의 출발점인 것은 맞지만, 결국 갈등을 통합하는 것도 정치여야 한다"며 "지금의 모습을 국론 분열이 아닌 통상적 갈등이라 하고, 조 장관이 법적 심판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대통령과 여당은 지극히 형식논리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금 상황이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이 현상만 평가하는 평론가적인 이야기를 하는 꼴"이라며 "이번 사안은 정책 이견이 아닌 대통령의 잘못된 임명을 둘러싸고 일어난 충돌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를 되새길 때"라고 주장했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19.10.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물론 민주당 내부에도 국론분열에 눈 감은 정부·여당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의원들이 존재하지만 공개적 발언은 꺼리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광장의 세 대결 양상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로만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상황이 조 장관이라는 인물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은 명확하지 않으냐"며 "지금 시점에서 (청와대가) 조 장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선뜻 그렇게 말하기에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여당 의원이 소신껏 목소리를 내기에는 몇 개월 뒤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통령 지지자인 권리당원들의 눈치가 보일 것"이라며 "집권여당이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분열하면 총선에서 진다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도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이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조국 수호vs조국 반대'가 아닌 '검찰 개혁vs조국 반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지금이라도 조 장관의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광화문 집회에 검찰개혁은 찬성하지만 조 장관 때문에 나왔다는 사람도 있다"며 "(서초동과 광화문) 두 집회의 공통분모가 검찰개혁이고 갈등분모가 조 장관인 셈이다. 조 장관을 양보하는 융통성을 대통령이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검찰 개혁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2019.10.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