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고성 야유'에도 단호히 공수처 연설한 文대통령
'한국당 고성 야유'에도 단호히 공수처 연설한 文대통령
  • 김용안 기자
  • 승인 2019.10.23 0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사상 최대 규모인 513조원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사전환담회를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해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검정 정장에 검은색과 회색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채 미소를 띈 채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대 앞으로 여유롭게 걸어가면서 윤호중, 박경미, 유은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측 인사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엄숙한 표정으로 여야 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연설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의 이번 국회 시정연설은 취임 후 네 번째로 약 33분 가량 진행됐으며 의원들로부터 총 28번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초반 10분 가량 여당 측 박수를 받으며 무난하게 발언을 이어갔다. 이때까지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박수 등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으며 연설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공정' '재정 여력' '평화' '포용' '더 높은 삶의 질' 등의 단어를 더 힘주어 발음하며 강조했다. 또 '혁신의 힘' '포용의 힘' 등을 말할 땐 한국당 측에 호소하는 듯 양손을 움직이며 발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고용 현황과 관련해 "일자리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한국당 의원을 중심으로 야당 측 의원들이 일제히 '에이' '우우' 등의 소리를 내며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5초 가량 박수를 내며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야는 문 대통령의 군 관련 발언에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고 말한 데에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야유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유은 '공정 사회' 부분에서 더 거세졌다. 문 대통령이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하자,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의 입시 특혜를 비판하는 듯 '조국'을 외치며 비웃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그만하세요" 등 반박 주장을 냈다.

이러한 반발은 문 대통령 공수처 발언에서 정점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야유를 이어갔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이 언급될 때엔 손으로 'X자'를 만들며 "안돼요" "야당 무시하지 마세요" 등을 말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지는 반대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단호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발언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연설 끝까지 야당쪽을 주로 바라보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하는 중간에 살짝 여유를 두고 발언하면서, 야당 측 반응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모두 마친 후 그 자리에서 문희상 의장과 악수를 나눴고, 이후 미소를 지은 채 홍일표 한국당 의원 등 한국당 측 의원 10여명과 일일이 인사를 했다. 다만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 연설 종료 직후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과도 악수를 나누며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이철희 민주당 의원에게는 "섭섭해요? 시원해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에 말없이 웃어 보였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입장문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여당 측 인사들과 사진을 찍으며 환호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