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삼성전자…장기 비전은 어디로 가나?
'초비상' 삼성전자…장기 비전은 어디로 가나?
  • 김용안 기자
  • 승인 2019.10.2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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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10.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회사가 초비상 상황인데 그런 것을 준비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 되는 게 없습니다."

오는 11월1일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4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된 비전 2020의 마무리와 회사의 새로운 비전 수립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29일 현재 삼성전자의 공식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란에는 향후 기업의 발전 방향인 '비전 2020'에 대한 설명이 게시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창립 40주년을 맞이해 2020년까지 달성할 과제들을 정리한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10년이 지나 비전 2020 계획 달성을 위한 기간이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장기 비전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악화된 시장 상황에 더해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한번 구속 기로에 서면서 회사가 '초비상 사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 부회장의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무죄로 본 2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만큼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회사의 매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130조원 이상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한 1등을 차지하겠다는 전력이다.

더불어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13조원을 쏟아부어 미래 기술인 'QD 디스플레이'를 개발한다는 장기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전자의 사업분야를 아우르는 미래 목표를 발표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2009년 발표된 비전 2020의 달성이 요원한 가운데 향후 발표될 비전은 좀 더 치밀한 분석과 계획이 필요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더 다급한 과제로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삼성전자가 과거와 다른 새로운 경영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그랬듯 '새로운 선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판사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라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야 하는지 (고민해달라)"고 밝혔다.

재판에서까지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재계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새로운 전략과 비전에 쏠리고 있다. 마침 비전 2020의 마감 일자가 다가오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비전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Δ매출액 4000억달러(약 468조원) 달성 Δ글로벌 10대 기업 도약 Δ브랜드가치 세계 5위 Δ존경받는 기업 순위 10위 등의 핵심 과제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내년까지의 목표 성취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발표된 결과와 예상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약 2100억달러, 글로벌 15위 정도다. 브래드가치는 세계 6위로 목표에 근접했지만 존경받는 기업 순위는 50위로 2009년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9년 목표를 설정할 때와 현재의 시장 환경과 분위기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라고 목표 달성이 빗나간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