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방장관 "전작권 전환, 정치적 결정 안돼…조건 충족부터"
역대 국방장관 "전작권 전환, 정치적 결정 안돼…조건 충족부터"
  • 이재인 기자
  • 승인 2019.10.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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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 뉴스1

한미 군당국 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군 안팎에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김동신·윤광웅·김태영·한민구 등 4명의 전직 국방장관들은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 김동신 전 장관은 한미가 "조건 충족 노력이 우선"이라며 특정 시기를 정치적으로 결정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민구 전 장관도 "전작권 전환은 국가안위와 직결된다"면서 "정치적 합목적성이 정책적 합리성과 군사적 판단을 왜곡시켜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영 전 장관은 Δ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Δ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 구비 Δ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으로 이뤄진 전작권 전환 조건 달성은 요원하다면서 이보다는 "대북 제재 및 압박에 적극 동참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미 공동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광웅 전 장관은 "현 정부가 지난 30년간 추진해 온 노력을 바탕으로 정치 외교적 결심만 하면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단, 한미동맹의 지속과 일정 규모의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유엔사의 기능을 보완한다는 한미 간 합의만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 군당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라는 2014년 안보협의회회의(SCM) 합의에 근거해 올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초기운용능력(IOC)을 점검했다. 이후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진행한다.

전작권 전환 시기의 경우, 당초 2020년대 중반을 목표 한미가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군 능력 검증 절차가 수월한 결과를 낳으면 2020년대 초반, 즉 문재인 정권 임기 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 뒤 대북 억지력에 대해서 김동신 전 장관은 "한미 합의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연합연습을 통해 지속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고, 윤 전 장관은 "국방력 개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 전 장관은 "전환을 위한 필요 및 충분조건이 구비되었다는 한미 공동의 평가가 내려진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영 전 장관은 한국군 대장으로 보임된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 자산의 규모와 운용방식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한미연합사의 기능 발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환 뒤 주한미군 역할 축소 및 한미동맹 약화 우려에 대해서 김동신 전 장관은 "양국 국가통수지휘기구의 지침을 이행하는 안보협의회회의(SCM)와 군사위원회회의(MCM) 체계를 지속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중국의 부상을 거론하며 "미군의 급격한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주한미군 철수 여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양국 간 신뢰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영 전 장관은 "미군이 연합작전시 적용하는 '퍼싱 원칙'(건국 이래 타국군의 지휘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기에 주한미군 규모의 감축이나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 군당국은 전작권 전환 뒤 미래 연합지휘 구조와 관련해 한국군 4성 장관이 사령관을, 미군 4성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도록 했다. 이와 관련, 김동신 전 장관은 "중요한 것은 한국군 사령관 및 참모들의 한미연합전력에 대한 전구작전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의 군사비 지출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전직 장관들이 모두 동의했다. 윤 전 장관은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의 위상이 크게 격상되고 국방력 개선에 대한 군부의 요구가 강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환 뒤 미군의 역할에 대해서 김 전 장관은 "유엔사는 평시 정전관리 기능과 전시 제3국군 전력의 수용·지원 임무를 수행해 유엔사의 일원으로 참전하는 전투부대에 대해서는 한미연합사에 전술 통제로 전환하여 한미연합사의 전·평시 임무수행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유엔사의 역할 확대는 미래연합사의 성공을 지원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영 전 장관은 "최근 미군이 유엔사의 기능을 캐나다, 호주 등 6.25 전쟁시 유엔참전국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보면 향후 한반도 유사시 미군은 한국군 대장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령부보다는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전쟁 상황을 이끌어 가려는 구상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하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