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전환 후 '연합위기관리 범위' 이견…내달 SCM 주목
한미, 전작권 전환 후 '연합위기관리 범위' 이견…내달 SCM 주목
  • 이호진 기자
  • 승인 2019.10.3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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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가운데)이 지난 23일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왼쪽) 등과 함께 로드리게스에서 실시된 한국군 제5포병여단 실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트위터)© 뉴스1

한미 군 당국이 최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양측이 대응하는 위기 상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측이 그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는 11월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제5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SCM은 한반도의 안보에 관한 제반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한미 국방장관 간 회의다.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한미가 주한미군 주둔, 유엔군사령부 지속 유지, 미국 확장억제 지속 제공 등을 핵심으로 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한 바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이번 SCM에서 조건에 따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간 안보 이슈를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한미 군 당국은 연합위기관리 상황을 두고 다방면에서 이견을 보이는 듯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올해 SCM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美, 연합위기관리 범위에 '美 유사시'까지 확대 제안

복수의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최근 위기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의 대응 및 역할을 규정한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를 개정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각서는 연합위기관리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로 국한하고 있는데, 미측이 최근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안보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로 범위를 넓히자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의 유사시'까지 연합위기관리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이나 남중국해 등까지 한국군이 파병되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논의를 하는 단계에서 여러가지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상위법이기 때문에 이를 위반한 임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해외 분쟁 지역에 한국군이 파병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미국이 전작권 조기 전환과 방위비 분담금 등을 조건으로 내세워 우리 정부를 압박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이번 SCM에서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과 최병혁 부사령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0.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반도 유사시 '전력제공국'에 日포함 관련 논의도 관심

미국이 전작권 전환 후에도 한반도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할 국가에 일본을 포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논의가 예상된다.

지난 7월 주한미군사령부가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유엔사가 일본을 전력제공국에 포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제공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투부대를 파병하는 국가로 이들 국가는 유사시에 유엔기를 들고 한반도에 투입된다. 만약 일본을 전력제공국에 포함한다면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기를 들고 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유엔사 측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7곳의 후방기지를 원활하게 지원하겠다는 의미지 전력제공국에 포함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한반도 위기시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의구심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합동참모본부의 위기관리참모훈련(CMST·Crisis Management Staff Training)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통화를 한 내용이 시나리오에 추가됐다는 보도도 30일 나오면서 미국의 의중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지난 7월 미국은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파견하려다 무산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의 유엔사 참여 길을 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유엔사령관 작전지휘권 개입 논란은 마무리될까

한미 군 당국은 지난 8월 진행된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검증연습을 하며 유엔사의 권한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유엔사령부를 통해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훈련 과정에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기 때문에 작전에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국지적 도발 등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 발발하더라도 정전협정의 틀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전협정 틀 안에서 유엔사 교전수칙 등이 한국군에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쟁이 발발하면 정전협정이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고 전환 받은 작전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는게 맞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2018.11.1/뉴스1

 

 

이와 관련 한미는 지난달 26일부터 이틀 간 통합국방협의체를 열고 전작권 전환 이후에 적용할 연합방위지침에 기초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부록 등 관련문서들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동의했는데 이번 SCM에서 논의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가 역할을 확대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 '가짜뉴스(Fake News)'라고 대응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7일 '미래 지상군 발전 국제심포지움'에서 유엔사 역할 확대와 관련한 질문에 "유엔사령부를 작전사령부로 탈바꿈하려는 비밀계획 따위는 없다"며 "한미연합방위태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