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규제샌드박스로 '반쪽성공' 거뒀지만…정부 갈등조정 능력 '낙제점'
5G·규제샌드박스로 '반쪽성공' 거뒀지만…정부 갈등조정 능력 '낙제점'
  • 김용안 기자
  • 승인 2019.11.0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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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G 이동통신 세계최초 상용화를 축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4.8/뉴스1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혁신성장을 추구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5세대(5G)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는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세계 통신시장에서 '5G 선도자' 위치를 확고히 함으로써 정보통신강국의 입지를 다졌다.

또 정부가 강단있게 추진한 '규제샌드박스' 정책은 혁신산업의 걸림돌인 각종 규제를 일시적으로나마 풀어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도 첩첩산중인 데이터 3법을 비롯해 각종 규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혁신산업의 '그늘'이라 할 수 있는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이해관계 충돌은 정부의 '조정자' 역할이 절대적인데, 문재인 정부는 자처했던 조정자 역할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사실상 '낙제점' 수준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서울 광화문 일대 5G 기지국이 구축된 곳을 방문해 네트워크 구축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KT 제공) 2019.4.4/뉴스1

 

 

◇세계 최초 5G 상용화 '승자독식' 디지털 시장 통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5G 조기 상용화를 내세웠다. 당초 2020년으로 예정돼 있던 5G 상용화를 2019년으로 앞당긴 것. 정부의 강력한 '세계 최초 5G 전략'은 상용화 6개월이 지난 현재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상용화 일정에 맞춰 발빠르게 5G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5G폰 무주공산에 선도적으로 진입함으로써 기술 리더십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LG전자 역시 5G폰 V50씽큐를 출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5G 단말기 확산과 함께 지난 2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역시 흐름이 바뀌어 상반기 기준 2% 성장으로 돌아섰다.

5G 망 구축을 위한 토종 장비업체의 기술력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토종 장비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국산 장비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최초의 5G 상용화다보니 글로벌 통신사들로부터 5G 컨설팅 러브콜이 국내 이통3사에 쏟아졌고, 이들과 함께 토종 장비업체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G는 단순히 통신속도가 4G 대비 빨라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초연결사회를 기반으로 한 '5G 경제'가 작동하는 '대동맥'이다.

5G를 기반으로 Δ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Δ4K와 8K 등 초고화질 동영상 Δ원격 의료 Δ스마트 팩토리 Δ자율주행 등 서비스뿐만 아니라 Δ스마트폰 Δ반도체 Δ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 자양분 역할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이런 혁신산업은 '승자 독식'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한발 앞선 5G 시장 진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제6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6차 심의위원회를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TV 유휴채널 활용 와이파이 서비스, 택시 앱 미터기 등 ICT 규제 샌드박스 과제 11건을 처리했다. 2019.9.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꽉 막힌 규제, 샌드박스로 숨통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혁신적인 정책 중 또 하나는 바로 '규제 샌드박스'다.

규제 샌드박스는 개정된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에 근거한 제도로,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현행 법이나 규제가 있어도 이를 유예해주는 것이다. 규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신속확인'을 신청해야 하고, 안전성 등을 시험검증하고 싶으면 '실증특례'를, 시장출시를 임시로 허가받고 싶으면 '임시허가'를 신청하면 된다.

올해 1월17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현재 6차 심사까지 진행됐으며, 6차 심사를 기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에서만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된 안건은 총 102건의 과제가 접수됐다. 이중 78건이 샌드박스를 통과해 신기술 기반의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지부진하던 '택시 동승앱'과 스마트폰에 넣을 수 있는 운전면허증, 모바일 전자고지서 발송 등이다. 이같은 서비스는 모두 기술력은 있으나 현행 법률에 가로막혀 상용서비스 제공이 요원했다. 하지만 정부가 법 개정 이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를 임시로 풀어줌으로써 혁신 서비스를 상용화 할 수 있게 됐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일본 수출규제 대응 등 대내외 경제 여건 극복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규제 샌드박스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혁신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 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기술은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울개인택시조합 '타다 OUT!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국회를 향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2019.10.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파괴적 혁신' 이해관계 충돌에 정부 조정자 역할 '낙제점'

정부의 적극적인 혁신성장 정책은 반대로 기존 전통산업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측면도 일부 빚었다. 정부는 이를 조율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 대통령직속기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4차위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속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주무부처들도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에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문제가 최근 검찰 기소로 까지 이어진 택시산업과 모빌리티 업계의 충돌이다.

2017년 8월 출범한 4차위는 혁신의 최대 걸림돌인 규제개선에 방점을 찍고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카풀서비스 등 모빌리티 문제 해결을 위해 '끝장토론'을 외치며 나섰지만 택시업계의 외면으로 끝내 논의는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장병규 위원장은 "무려 10개월의 시간 동안 7차례 대면회의, 30여차례 유선회의를 통해 택시업계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 했으나 택시업계가 해커톤 불참과 카풀앱 전면반대 입장을 취함에 따라 아예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대화를 하지 못한 부분에 진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4차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후 승차공유 이슈는 사회적공론화기구를 거쳐 국회와 정부로 공이 넘어갔다.

4차 산업혁명으로 거론되는 신산업 분야는 대부분 '아직' 법적 지위가 마련되지 않은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비단 승차공유 서비스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원격의료, 자율주행 등 기술과 접목한 미래 신산업에 대한 법 체계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더구나 신산업은 기존 전통산업과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파괴적 혁신'의 특성을 갖는다. 기득권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왕자왕하며 제대로 된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극히 일부분의 규제를 임시로 허용해 주는데 그쳤을 뿐 아직도 규제는 산적해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조정자 역할은 지지부진하기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혁신성장'이 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성공을 이루려면 이해관계자 사이의 조정을 합리적으로 이끌고 규제를 해소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