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넘긴 생방송·질문 쇄도…시작은 '긴장' 갈수록 '어수선'
100분 넘긴 생방송·질문 쇄도…시작은 '긴장' 갈수록 '어수선'
  • 이재인 기자
  • 승인 2019.11.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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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11.19/뉴스1

생방송으로 19일 진행된 MBC 특집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는 너도나도 질문하려는 300인의 국민패널로 통제가 되지 않아 베테랑 라디오 DJ인 가수 배철수씨도 당황하게 했다. 예정시간 100분보다 17분을 넘겨 방송됐고, 생방송 종료 후에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방송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300명의 국민패널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했다. 짙은 감색 정장에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면서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무대에 섰다. 왼쪽 가슴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배지를 착용했다.

통상 문 대통령이 등장할 때 배경곡으로 작곡가 김형석씨의 헌정곡인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가 사용된 것과 달리,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가 흘렀다.

이 곡은 배철수씨가 직접 선곡했다. 배씨는 "저는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 아닐까 했다"라며 "대통령님께도 필요하고, 모든 국민들께도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제가 국민들로부터 참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그런 정치인이다"라며 "초선, 재선, 국회의원을 여러번 하지 않고 지자체장도 안 했다. 한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여러분의 사랑으로 선택을 받았는데 '사랑받은 만큼 이제 갚아라'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의 토대는 '이해'지 않나. 이해를 하려면 더 많은 소통도 필요한 것이다"라며 "오늘 그런 뜻의 자리라는 의미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300명의 국민패널이 오프닝부터 서 있자 배씨는 "대통령님께서 서 계셔서 다들 서 계시다"라며 자리에 앉도록 유도했다.

문 대통령과 배씨는 초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배씨는 "저도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다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첫번째 질문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선정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9)군의 부모는 오열하며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고, 문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첫 답변을 했다.

질문권을 받은 한 남성은 "저는 대통령께서 들어오실 때 눈물이 터졌다. 많이 늙으셨다. 굉장히 힘드신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머리도 많이 빠졌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300명의 국민패널은 시간이 흐를수록 질문권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다. 다문화 가정, 장애인 복지와 모병제 질문이 이어졌고, 보조 MC를 맡은 허일후, 박연경 아나운서가 인터넷으로 올라온 질문 중 현장에서 나오지 않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 문제와 검찰개혁 등 질문을 하며 방향을 잡아갔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으로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럽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재킷을 벗고 대화를 이어갔다. 진행자 배철수씨가 부동산, 남북문제 등 질문 분야를 모아가려 했으나, 국민패널들은 진행 중에도 너도나도 손을 들고 소리쳐 현장이 어수선해져 갔다. 배씨는 재차 "질서를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반부에는 질문하려는 국민패널들의 웅성거림에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도 보였다. 대부분의 국민패널들은 문 대통령의 대답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주력했다. 보조MC들은 방송 말미에 국민패널에 지원한 1만6000명의 질문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분들뿐만 아니라 질문하신 분들, 온라인을 통해 질문을 주신 분들도 충분히 검토하고 답변도 꼭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직접 현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배씨는 재차 예정시간을 넘겼다며 "이런 프로그램 처음 했는데 3년은 늙은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임기 절반 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았고,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라며 "후반기에는 더 확실하게 성과를 체감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생방송은 예정시간을 17분 넘긴 오후 9시57분 종료됐다. 생방을 마치면서 나온 음악은 'U2'의 'One'이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 등 독일을 통일 과정을 지켜보며 쓴 곡으로, 다양성과 세계적 연대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생방송 종료 후에도 현장 상황은 유튜브를 통해 계속 중계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과 여러 국민패널들의 셀카 요청을 받아 응했다. 현장에선 안전상의 이유로 자리에 착석해달라는 안내가 나왔고, 급기야 국민패널들은 함께 "앉아라"라고 외치며 질서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유튜브로 중계되던 마지막 순간 국민패널들과 인사를 나누던 문 대통령은 독도 헬기 사고로 아직까지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과 김민식군의 부모님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위로했다. 유튜브 방송은 오후 10시3분께 종료됐다.

MBC에서는 최승호 사장과 변창립 부사장, 정형일 보도본부장이 현장을 지켰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주영훈 경호처장, 고민정 대변인 등이 현장에서 대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