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 한반도' 꿈꿨지만 한 발짝도 못 나간 9·19 군사합의
'전쟁없는 한반도' 꿈꿨지만 한 발짝도 못 나간 9·19 군사합의
  • 김용안 기자
  • 승인 2019.11.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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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18.9.19 /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것으로 25일 전해진 가운데 국방부는 이를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군사합의의 내용과 과정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린다.

남북은 지난해 9월19일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체결했는데 체결한지 1년 조금 더 지난 현재 실질적인 열매를 맺기는커녕 이번 북한의 해안포 사격으로 후퇴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육해공 모든 공간서 적대 중지…'전쟁없는 한반도' 시작

남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군사합의서)'에는 지난해 4월 '판문점선언'에 담긴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군사당국자회담 정례화 등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담겼다.

특히 지상 적대행위 중지 차원에서 MDL 기준 총 10㎞ 폭의 완충지대를 형성해 포병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MDL 상공엔 비행금지구역도 설정하기로 했다. 범위는 고정익항공기의 경우 동·서부 각각 40㎞, 20㎞이며, 회전익항공기는 10㎞, 무인기는 각각 15㎞, 10㎞, 기구는 25㎞다.

해상에선 서해 남측 덕적도부터 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부터 북측 동천까지 약 80㎞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한강하구는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 민간선박의 이용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남북은 또 군축을 포함한 모든 군사 현안을 정례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상설 기구인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 우발적 충돌을 막기로 했다.

이 합의의 핵심은 사실상 한반도의 모든 구역에서 적대 행위를 전면중지하고,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중부전선에서 북한측 GP 폭파가 이뤄지고 있다. 국방부는 북측이 이날 오후 3시께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한 감시초소(GP) 10개소를 폭파 방식으로 파괴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영상 캡처) 2018.11.20/뉴스1

 

 

◇GP 시범철수·JSA 비무장화 등 성과 있었지만 올들어 답보

9·19 군사합의의 조치로 비무장지대(DMZ) 내 GP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하구 공동수로조사 등이 이뤄지면서 지난해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순탄했던 흐름은 올 들어 조금씩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다룰 '군사공동위원회' 구성과 관한 협의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지만 진전이 없어 올해 초로 넘어왔고 이후 잠잠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회담의 결렬 소식이 전해지면서 답보 상태는 더욱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실현을 목표로 추진했던 JSA 자유왕래와 군사공동위 구성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한강하구 공동수로조사 후속 조치로 예정됐던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해도 미뤄진 상태며 4월부터 개시하기로 약속했던 남북 공동유해발굴 작업 역시 북측이 응하지 않아 남측 인원만 단독으로 진행했다.

특히 북한은 우리 군이 다수의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유예하는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계속해서 연합훈련에 대해 비난하는 등 요구사항을 높여나갔고 이윽고 5월4일에는 2017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이후에도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5월 4·9일, 7월25일, 8월6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7월31일, 8월2일),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8월10일·16일), 초대형 방사포(8월24일, 9월10일) 등 단거리 발사체 '4종 세트'를 잇따라 발사했다.

◇軍, 北합의위반 첫 인정…남북 관계 '후진'

군 당국은 지난 9월 9·19 군사합의 1주년을 맞이했을 당시 남북 군당국 간 복구된 군 통신선을 통해 매일 소통하고 있다며 북한의 지난 1년간 합의위반 행위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방부 당국자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접경지역이 군사적 긴장 상황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적이 있었나 싶다"며 합의의 성과를 강조했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의 경우 합의문애 명확히 조항으로 되어 있지는 않아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2019.11.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10월 국정감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19 군사합의와 관련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구성이 안 돼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며 "그런 것이 잘 진행돼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해 답보 상태임을 인정했고, 지난 18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제6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본회의에서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 불발 이후 최근까지 남북 간 군사합의 이행이 일부 정체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 시찰에서 해안포 중대원들에게 사격을 지시한 데 대해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이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해 9월 이후 1년2개월 정도 지난 현재 남북관계가 전진하지 못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한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