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요청한 통신자료, 당사자에겐 어디까지 공개?
수사기관이 요청한 통신자료, 당사자에겐 어디까지 공개?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0.01.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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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통신사로부터 받은 이용자의 통신자료 요청내용을 이용자는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한 이용자가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보낸 통신자료제공 요청서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는데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수사기관의 요청서 중 요청사유나 자료의 범위, 이용자와의 연관성은 통신사가 제3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이를 포함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요청하면서 보낸 통신자료제공 요청서 전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이동근)는 김모씨가 KT를 상대로 낸 통신자료제공요청서 공개청구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KT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김씨는 2016년 3월 KT에 통신자료제공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3일 뒤 KT는 2건의 통신자료 제공 현황자료를 김씨에게 제공했다. 이 자료에는 Δ제공일자 Δ요청기관 Δ요청근거 Δ제공 내역만 담겼다.

김씨는 "통신자료 제공요청서는 이용자의 개인정보이거나 통신사업자가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한다"며 통신자료 제공요청서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다. 정보통신망법 제30조 2항은 이용자는 Δ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가지고 있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Δ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 등의 열람이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KT는 "통신자료제공요청서는 정보통신법상 개인정보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은 통신자료제공 요청서가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요청서는 제3자인 수시기관 등이 당시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을 토대로 해당 개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작성한 서류이고, 요청서 중 '요청사유'와 '이용자와의 연관성'은 그 자체로는 이용자의 인적사항이 수사 등에 필요한 이유나 해당 전화번호와 이용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에 불과하다"며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봤다.

다만 1심은 요청서 중 '요청사유'와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 범위' 부분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한다며 열람·제공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용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와, 이용 목적, 개인정보 항목, 보유 및 이용 기간을 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자료제공 요청서 중 '요청사유와' '이용자와의 연관성'은 수시기관이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하는 이유·목적을 기재한 것"이라며 "이는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개인정보 이용 목적과 항목에 각각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중 요청사유 등 부분은 원칙적으로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개인정보의 제3자에게 제공한 것과 관련해 반드시 알려야 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통신자료제공요청서가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1심에서 인정된 통신자료제공 요청서 중 '요청사유' 등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김씨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통신자료제공 요청서는 요청기관 등이 재판과 수사 등을 위해 필요한 이용자의 개인정보 내지 통신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청하는 서류"라며 "요청서나 그에 기재된 요청사유, 연관성, 필요자료 범위 등이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이용자에게 열람·제공 요구권이 인정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