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는데"…21세기·전남대병원,16번환자 모두 억울한 이유
"신고했는데"…21세기·전남대병원,16번환자 모두 억울한 이유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2.06 08: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16번 환자(42·여)가 자발적으로 의심 증상을 신고했는데도, 보건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광주 21세기병원도 16번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서를 확진 판정을 받기 9일 전에 발급했지만, 임시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보건당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위험지역을 중국으로만 고집한 탓에 제 발로 걸어온 환자를 걷어차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등에 따르면 16번 환자는 지난 27일 오후 4~5시쯤 광산구보건소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이에 광산구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문의했으나, 중국 입국자가 아닌 만큼 감시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광산구보건소는 16번 환자에게 이 같은 답변을 전달한 뒤 일반병원을 찾아갈 것을 권고했다. 이에 16번 환자는 오후 6시쯤 21세기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가지고 전남대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조사대상 유증상자가 아닌 16번 환자에 대해 전남대병원에서도 별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16번 환자는 전남대병원에서 엑스레이(X-Ray) 촬영과 혈액검사를 받고 폐렴 약을 처방받고 21세기병원으로 돌아갔다.

16번 환자는 이날 인대봉합술을 받고 1인실에 입원 중인 딸(18번 환자·21·환자)과 함께 있었다. 이튿날에는 폐렴 증상이 심해져 딸과 함께 2인실에 입원했다.

이후 16번 환자는 열이 38.7도까지 오르고 피가 섞인 가래까지 나왔지만, 계속 폐렴 치료만 받았다. 이후 2월3일 증상이 심해져 전남대병원 선별진료소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됐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광산구보건소에 전화해 16번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의심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뒤에야 보건소가 역학조사가 이루졌다.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이었다.

16번 환자는 증상 발현 후 이틀이 지나서야 21세기병원을 찾았다. 이 기간의 이동경로를 고려하면 일부 접촉자 발생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21세기병원을 처음 찾은 1월27일 유증상자로 분류됐다면 접촉자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다.

역학조사 결과, 21세기병원에서 발생한 접촉자 수는 272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이 병원서 일하는 의료진과 직원 69명도 일손을 놔야 했다.

보건당국이 유연한 방역대책을 수립했다면, 21세기병원은 병원 문을 닫지 않을 수 있었다. 전남대병원도 방역 소독 등 혼란을 줄였을 것이다. 보건당국 지침을 충실히 전달한 광산구보건소도 눈총을 받지 않을 일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16번 환자가 검사를 요청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보건소에서 태국에 다녀와 열이 나는 건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기계적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산구청은 '보건당국 지침을 보건소가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에서 확산일로로 치닫자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에 과감한 조치를 수차례 요구했다. 중국에서 온 입국자를 전수조사하고,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는 요구는 뒤늦게 일부 반영되는데 그쳤다.

강화한 검역 대상을 중국 외 국가로 확대하라는 요구도, 일본과 태국, 싱가포르 등 제3국 감염자가 3명이나 발생한 지난 5일에서야 검토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