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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안 가본 길 가나…코로나19 확산에 기준금리 인하 무게
이주열 안 가본 길 가나…코로나19 확산에 기준금리 인하 무게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2.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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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1.00%로 인하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기준금리 연 1.00%는 한은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상 최저치다. '제로 금리' 시대를 눈앞에 둔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1~0.2%p가량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속히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은 금통위의 기조는 신중했다. 지난 14일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은 사실상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총재는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효과가 있겠지만 부작용도 있다.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 당시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던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었다. <뉴스1>이 국내 증권사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명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52개 기관)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는 81명(81%)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하자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급부상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까지 지시한 상황에서 한은이 경기 방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사우디아라비아 출장길에 올랐던 이 총재는 예정일보다 하루 앞당긴 지난 24일 급히 귀국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경제 현황을 긴급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 총재가 귀국까지 앞당겨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전날 한은은 금통위원들이 참석한 비공개 동향보고회의를 진행했다. 금통위원들은 한은 임원들로부터 최근 경기 동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최근 경제 관련 통계 등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정도를 가늠했다.

최근 경제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곤두박질쳤다. 2월 소비심리는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4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이 지표는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기 전에 조사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다 반영되지 않았다. 기업의 체감경기도 급랭했다. 2월 기업의 체감경기지수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이달 1~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었지만 조업 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은 9.3%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 중국 수출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당초 한은은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가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그 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며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상향 조정하고 추경 편성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이어서 폴리시믹스(정책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리인하와 선을 긋는 언급을 했던 이주열 총재 입장에서도 단기간 내 급증한 확진자수가 금리인하의 명분이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2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대부분 다음 금통위 회의인 4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