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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비례 투표지 상단으로…민주당 '의원 꿔주기' 추진
내친김에 비례 투표지 상단으로…민주당 '의원 꿔주기' 추진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0.03.1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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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2일 '비례연합정당' 참여 가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에 돌입, 사실상 비례연합정당 합류가 임박하면서 민주당 역시 미래한국당처럼 '의원 꿔주기' 검토에 들어갔다.

미래한국당에 맞서야 한다는 이번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의 취지를 십분 살리기 위해서라도, 수십개 정당이 난립할 가능성이 있는 이번 총선의 비례정당 투표용지에서 미래한국당 못지 않은 '상단'을 차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컷오프'(공천배제) 또는 불출마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례정당으로 옮길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인 2표제'로 치러지는 총선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1표는 지역구 후보자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투표용지상 정당의 순서는 국회의원 보유 의석 순서에 따른다.

만약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확정되고 민생당·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끝내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번 4·15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받아들게 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소속의원이 19명인 '3번 민생당'이 가장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1번을 받을 수 있는 민주당은 독자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을 방침이고, 2번을 받는 원내 제2당인 미래통합당 역시 '미래한국당'을 내세운 탓에 독자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생당은 가장 상단에 위치하면서도 1번이 아닌 3번(제3당)으로 표기된다.

이렇게 되면 투표용지에는 맨 위의 '3번 민생당' 밑으로 '4번 정의당'(의원수 6명), '5번 미래한국당'(의원수 5명), '6번 국민의당'(의원수 2명) 순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이외에 민중당·자유공화당·친박신당이 각각 현역 의원 1명씩을 보유하고 있는데, 같은 의석수의 정당들의 경우 최근 실시된 총선의 비례대표선거에서의 득표수 순으로 정렬하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민중당이 7번(실제로는 위에서 5번째)으로 배치된다.

자유공화당과 친박신당은 지난 총선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정당으로, 추첨을 통해 8번 또는 9번을 받아 민중당 밑으로 배치된다.

이외 원외 정당들은 10번(실제로는 위에서 8번째) 이후로 가나다순으로 투표용지에 자리하게 된다.

이런 원칙에 따라 지난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낸 21개 정당 가운데 소속 의원을 1명 이상 보유한 정당 6곳이 투표용지 상단에 의석수 순서에 따라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15개 정당은 가나다순에 따라 자리가 정해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민주 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이 현역 의원을 한 명도 못 가질 경우 잘해야 8번째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것도 정당 이름을 잘 지었을 경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에서도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가정해 의원 파견 논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연합정당 참여가 결정되면 정치개혁연합, 시민을위하여, 열린민주당 등 비례정당을 표방한 정치단위들과 협의를 나누는 TF(태스크포스)가 꾸려질 예정"이라며 "그곳에서 의원 이동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된다 해도 공개적으로 자당 의원들에게 당적 변경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 꿔주기'로 비판했던 미래한국당과 다를 바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비례연합정당 참여 논의 때와 마찬가지로 '자발적으로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자발적인 불출마나 컷오프(공천배제), 경선 패배 등으로 출마하지 않게 된 의원들이 거론된다. 이들로서도 당을 위해 헌신한다는 명분을 챙겨, 차후 보궐선거나 다음 총선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는 아니다.

구체적으로 당 안팎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다선에 지명도가 높은 이석현(6선)·이종걸(5선) 의원과,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고 열린민주당(비례정당)에 합류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은 당적 이동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자발적으로 옮기는 것은 말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최소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의원 3명은 당을 위해 옮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에 더해 추가로 이동하는 의원들이 생긴다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미래한국당이나 정의당보다 위쪽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당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전 6시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진행할 당원투표에서 '참여' 결론이 나올 경우 13일 최고위에서 이를 의결한 뒤 곧바로 실무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녹색당, 미래당 등의 정당을 비롯해 정치개혁연합(가칭)·시민을 위하여(가칭) 등 비례대표용 정당들과 함께 비례대표 명부 순서 등을 정하는 실무적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