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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난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실상 누더기 전락
'꼼수 난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실상 누더기 전락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0.03.1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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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참사'가 현실화했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의 반발 속에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누더기가 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표면상으로 국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의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더라도 정당 득표율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획득하면 지역구 당선자에서 앞서는 정당보다 비례 의석에서 더 많은 의석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석 이하 군소정당이 의석수를 더 늘릴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전부터 장밋빛 전망보다는 우려가 컸다.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언했고, 민주당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2월5일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래한국당은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과 조훈현 의원, 김성찬 의원 등 3명의 현역 의원으로 출발했다. 이날까지 총 3명의 현역 의원이 추가로 입당했다.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은 없다던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자 불안했고 결국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비례만을 위한 위성정당 창당은 편법"이라고 했다가 '비례연합정당'은 "우리가 만들자는 게 아니지 않냐"라며 미래한국당과의 차별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거쳐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확정한 뒤 이날 '더불어시민당' 출범에 이르렀다.

이것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80여일만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갔다. 미래한국당에 투표하든 더불어시민당에 투표하든 이는 곧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는 것과 다름없다. 비례대표 투표 용지 상단에 어떻게든 정당명을 넣기 위해 '의원 꿔주기' 등 꼼수만 난무하고 있다.

다양성과 대의성이란 명분에 안 맞는 일이 진행되다 보니 '무리수'가 계속되고 있다.

미래한국당은 최대 주주가 통합당이다 보니 미래한국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비례대표 추천안이 나오자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자체 비례대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단적인 예다. 반면 미래한국당 공관위는 가장 민주적이고 원칙적으로 이뤄진 공천이라며 순번 수정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비례대표 추천안이 나온지 이틀이 되도록 최고위가 파행을 거듭한 이유다.

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셀프제명'을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총선 이후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통합당과 민주당으로 돌아가기도 힘들어졌다. 공천 과정에서 '배신'을 경험하고 목격한 모정당으로서는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인물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채워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한 미래한국당에 대한 비판 여지는 그나마 적지만, 말을 뒤집은 민주당은 아군으로부터도 비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이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과반' 고뇌는 이해하지만 방법이 틀렸다"며 "20년 넘게 (선거제 개혁을 위해) 애써온 역대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들이 제안하고 추진해 온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기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명분을 획득하기 위해서 연합정당 형태로 가려한 것을 지금은 사실 독자비례정당으로 가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누더기로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민주당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