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10 07:39 (금)
항공·해운·정유 흔들리는 '기간산업'…정부 지원에 나서야할텐데
항공·해운·정유 흔들리는 '기간산업'…정부 지원에 나서야할텐데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0.04.15 0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운항이 멈춰서 있다. 2020.4.9/뉴스1 DB

 

항공과 자동차, 정유·화학, 조선·해운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간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정부가 충격을 완화할 긴급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기업 중심의 기간산업 지원에 자칫 퍼주기 논란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지원 대상과 규모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항공산업 붕괴 땐 16만 일자리 증발·GDP 11조원 감소

15일 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현재 노선 감축 등으로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월 9000억원 이상의 고정비가 적자로 쌓이고 있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만 5조3000억원이 넘는다.

국내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 수만 25만여명에 달해 항공산업이 붕괴되면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 11조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요 판매처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최근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부품업계 역시 지난달 매출이 최대 30% 감소하는 등 본격적인 코로나19 영향권에 진입했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메이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오일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락 사태까지 덮치면서 충격파의 강도가 세졌다.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가 감소하니 정유사 수익의 핵심인 '정제마진'도 반등할 기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배럴당 4달러는 돼야 수익이 난다고 보는데, 4월 둘째주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0.7달러다. 현 수준으로는 팔수록 손해가 난다는 뜻이다.

석유화학은 유가급락이 '원가절감'이란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수요 위축이 심각해 단기적 충격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조선·해운업은 선박 발주량과 물동량 급감에 비상이 걸렸고, 철강산업도 코로나19발 위기로 산업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업 자구노력 지켜보는 정부 구체적 지원카드는 아직

국가기간산업을 이끄는 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이다. 중소·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있어서 각사마다 유형 자산과 지분 매각 등으로 급한 불을 진화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의 대규모 휴업을 결정한 한진그룹은 서울과 제주의 토지 등 비수익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계열 현대제철도 자사 영업소가 있는 서울 잠원동 사옥을 매각했다.

정부는 대기업이 보유한 사내유보금이나 가용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자칫 '대기업 퍼주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지원 카드는 아직 꺼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며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긴급자금 투입은 소상공인이나 중소·중견기업 중심이다.

물론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흑자도산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 중소, 대기업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기본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 자칫 회복하지 못할 수준으로 치달을 때까지 기간산업 위기 상황을 방치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기간산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유동성 지원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충분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한 우량기업과 고사 위기의 한계기업을 분리하는 작업 등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해외사례·업계요구 분석 후 지원 대상·규모 윤곽 나올 듯

정부는 각 산업계의 요구 사항과 미국·독일 등 주요국이 취했던 기간산업 지원 대책을 심층 분석하면서 지원 대상 범위와 규모 등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이를테면 완성차업계 대상 유동성 지원, 해운업계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참여 및 유동성 공급 등 업계 요구에 걸맞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특히 코로나19발 위기가 가장 큰 항공업계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항공산업 구조조정펀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펀드 설계는 KDB산업은행 등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한 인사는 "항공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이 먼저 자산 처분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보임으로써 정부 차원의 대책과 지원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한 격 아니겠느냐"라며 "정부로서는 존폐기로의 항공업계를 그냥 두고보기는 힘들 것이다"고 짚었다.

정부는 또 금융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 속에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뉴노멀(새로운 생활표준)로 자리 잡을 '언택트 경제(untact economy)'에 대한 대비도 착착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