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6 07:04 (월)
이돈 저돈 다 같은 돈 아냐?…재난지원금, 논란의 '국채발행'이 뭔지
이돈 저돈 다 같은 돈 아냐?…재난지원금, 논란의 '국채발행'이 뭔지
  • 이호진 기자
  • 승인 2020.04.22 07: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2020.4.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정부와 야당, 그리고 여당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논의는 국채 발행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국민 70%에게 지원금을 주기 위해 마련했던 2차 추경안에서는 국채 발행 없이 국방비와 공무원 인건비를 줄여 간신히 재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대상을 100%로 한번 더 늘리려니 이제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채 발행만은 피하려는 듯 기존 70%안을 고수하는 중이다.

언듯 '이 돈이나 저 돈이나 결국 나랏돈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의 교착 상태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갖는 의미가 뭔지, 정부가 이를 꺼려하는 이유가 뭔지 알 필요가 있다.

◇지출구조조정: 현재 가치의 포기 vs 국채: 미래 가치의 포기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크게 '지출 구조조정'과 '국채 발행' 두 가지로 나뉜다. 지출 구조조정이란 국방·교육·일자리 등 다른 분야에 이미 배정해놨던 재정지출 계획을 축소해 그 돈을 지원금으로 쓰는 것이다. 반면 국채 발행은 기존 지출 사업은 손대지 않고 새로 돈을 빌려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지출구조조정이냐 국채 발행이냐의 문제는 결국 '포기하는 선택'을 올해 할 것이냐, 미래로 넘길 것이냐의 문제다. 지출 구조조정을 하면 올해 하기로 했던 다른 사업들을 축소하게 된다. 국채를 발행하면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 빚을 갚기 위해 그때 필요한 다른 사업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앞서 정부가 70% 안을 위한 재원 확보 계획을 짤 때는 국채 발행을 일절 하지 않고 오로지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재원 마련에 성공했다. 지난 1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이 이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무원 인건비를 6952억원 삭감하고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비 등을 2조4052억원 삭감했다.

여기서 여당안대로 지급대상을 100%로 늘린다면 단순 계산으로 3~4조원이 더 필요해진다.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70% 안'을 고수하는 데는 '포기하는 선택'을 더이상 미래로 넘길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셈이다. 또 이미 국방비와 공무원 인건비까지 삭감한 만큼 현재의 사업들 중에서도 더 포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래로 부담을 조금 떠넘기는 게 괜찮은지와 관련해서는 워낙 여러 변수들이 있기에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올해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 선을 넘어 이전까지 지켜지던 암묵적 상한선이 깨졌다. 코로나19가 앞으로 수년간 반복해 유행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돈을 아끼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도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40% 선을 가지고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국채 발행은 단순히 '나랏빚 얼마'의 문제가 아니다

국채 발행에 관한 논의는 이와 같이 주로 '지금의 부채 규모는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까'에 관한 예측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런데 국채 발행의 문제는 단순히 나랏빚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 이상의 복합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국채를 발행하면 회사채의 인기가 떨어지고, 그러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특히 어려움을 겪는 기업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재난지원금 주려고 국채를 발행했다가 나비효과처럼 기업들이 도산할 수가 있다. 기업이 도산하기 시작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급여, 복지비용은 재난지원금 정도의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다.

이 나비효과를 이해하려면 우선 국채와 회사채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채권 투자자들에게 국채와 회사채는 대체재 관계다. 즉 회사채는 조금 위험부담이 있지만 수익성이 좋고, 국채는 수익률이 낮은 대신 국가가 보증하는 만큼 안정적이다. 경제가 어려워져 투자상품의 실패 가능성(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안전한 국채에 몰리게 된다. 이같은 상황을 국고채 금리간 차이(스프레드)가 커진다고 한다. 국내 스프레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본격화된 3월 중순부터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4월20일 들어서는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채를 시장에 많이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 안 그래도 안전한 국채로 옮겨가고 싶었던 투자자들은 회사채를 버리고 국채 시장으로 대거 몰리게 된다. 그러면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회사채를 발행해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메워야 하는데 회사채 수요가 예전보다 더 적어진 것이다. 항공업처럼 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회사채는 더 인기가 없어진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금줄이 마른 기업들은 더 쉽게 도산한다.

국채 발행으로 회사채 수요가 적어지면, 결국 정부는 기업의 회사채를 사주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17일 지나친 스프레드 확대 등의 대책으로 "54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채권시장 안정펀드 활용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에서는 이처럼 이중의 부담으로 이어질 게 뻔한 국채발행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채 발행의 나비효과? 한계기업 자금줄 말라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장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회사채가 위험하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국채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다"며 "실제로 올해 초 적자국채 발행이 예상되자 기업들 자금조달에 영향을 받았다. 기재부 쪽에서도 국채 발행이 금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옹호하는 전문가들도 국채 발행의 이같은 영향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증권안정기금 등으로 회사채 매입을 도와주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그만큼 국채 발행이 이중 삼중의 정부 지원으로 귀결되는 문제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는 건 맞다. 가급적 국채발행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채권안정펀드, 증권안정기금 등을 조성해 회사채를 매입하는 대안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