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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에 10억 투자했는데 이 지경"…현장에선 "2분기만 넘기게 도와달라"
"R&D에 10억 투자했는데 이 지경"…현장에선 "2분기만 넘기게 도와달라"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4.2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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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수출길이 끊기면서 타격을 받은 남동공단 거리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 코로나 확산 직전인 올해 1월 초 회사 자금을 다 끌어모아서 R&D에 10억을 투자했습니다. 현재 사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합니다. 시중은행 6~7곳을 돌아다녔는데 모두 대출이 힘들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R&D에 투자한 부분에 대해 혜택을 줘서 어려움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A씨)

지난 21일 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2분기를 버틸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우 해외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현대·기아차 마저도 제대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어 물건을 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들의 여유자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자금조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은 우리나라 수출 10%가량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기준으로 승용차는 7.0%, 자동차 부품은 4.2%를 차지하고 있다.

22일 관세청 수출현황에 따르면, 올 4월(1~20일) 자동차 수출은 사실상 '수출절벽'에 가까운 상황이다. 승용차는 28.5%, 자동차 부품은 49.8% 급감했다.

◇ 코로나 사태 3개월째, 中企 체력 고갈 "투자한 만큼이라도 지원을…대출 조건 너무 까다로와"

이노비즈인증까지 받으며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 관계자 B씨는 "솔직히 현재 코로나19 관련 정책자금 대출 종류가 많다"며 "그런데 우리뿐만 아니라 주위 중소기업들 중에서 기보, 신보 등 대출 안끼고 있는 기업이 어디있냐. 기존 대출이 있으면 대출 조건이 까다롭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출 조건을 완화해주거나 아니면 소액이라도 좋으니 중소기업에 긴급 재난 지원금을 줬으면 좋겠다"며 "버티면 자동차 업계는 물론 경기가 회복된다는 믿음이 있다. 어려운 2분기를 잘 버틸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정부에 간곡히 부탁했다.

실제 남동공단의 부품업계뿐만 아니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기업 10곳 중 9곳(91.5%, 복수응답)이 '수요위축에 따른 매출액 감소'를 호소했다. 또 Δ자금조달 애로(36.6%) Δ마스크 등 방역물품 부족(32.4%) Δ해외 현지공장의 불안정한 가동상태(11.3%)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정부에 원하는 지원책(복수응답)으로는 Δ대출연장 등 유동성 확대(67.6%) Δ각종 세금 감면 및 납부 유예(62.0%) Δ고용유지 지원금 확대(19.7%) Δ방역물품 지원(18.3%) Δ최저임금 등 인건비용 완화(18.3%) Δ유연한 근로시간 확대(9.9%)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 단지인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내 자동차 정비 공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 상반기만 잘 버티면, 3분기부터 반등가능할 수도…"자동차 업계 버틸 수 있게 도와달라"

자동차 생산, 정비, 유통 등 업계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2분기에 생산과 관련 산업 모두가 저점을 찍을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꺾일 경우 3분기에는 반등의 계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자동차 업계는 2분기를 잘 넘길 수 있게 정부와 유관기관이 같이 위기 극복에 동참해 주길 희망했다.

자동차산업 업계 고위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대출확대, 만기 연장 등 대부분 현금 유동성 지원에 대한 목소리"라며 "문제는 중소·영세 자동차 기업들 경우에는 신용도가 떨어져서 대출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2분기에는 글로벌 수요가 굉장히 위축될 것으로 보지만, 3분기에는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어떻게든 자동차 기업과 생태계가 2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꼭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우신구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자동차 산업은 모두가 연동돼있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라며 "자동차부품판매업 조합원들은 30~50%가량 매출이 감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쯤에는 회복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정부에서 가능하면 세제 법인세 혜택, 금융지원 등을 자동차 산업계 전반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배종국 인천자동차정비업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보험사들이 좀 더 상생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며 "보험사들이 '미수선 수리비' 처리 관행을 없앨 수 있도록 보험 업계와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미수선 수리비는 수리비를 사후 청구받는 방식과 달리, 계좌이체·현금 지급 등을 통해 보험사가 예상 수리비를 현금으로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다.

배 이사장은 "미수선 수리비는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2분기만 잘 넘기면 업계가 괜찮을 것 같다고 본다. 차제에 이런 나쁜 관행을 보험업계에서 뿌리 뽑아 코로나19 극복 동참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