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5-30 09:12 (토)
3개월만에 '작년 영업이익+1조원' 날린 정유사…역대 최악 성적표
3개월만에 '작년 영업이익+1조원' 날린 정유사…역대 최악 성적표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0.05.12 01: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2019.9.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유업계가 한 분기에만 영업손실이 4조원을 훌쩍 넘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해 상반기까지 사상 초유의 '실적 쇼크'가 예상된다.

11일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1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SK이노베이션(1조7752억원)·에쓰오일(1조73억원)·현대오일뱅크(5632억원)가 밝힌 수치까지 더하면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손실은 총 4조3775억원이다.

정유업계가 이전까지 최악이라고 보는 시기는 산유국들이 셰일가스 패권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여 유가가 급락한 2014년 4분기다. 당시 정유 4사의 손실 합계는 1조1500억원 수준이었다. 정유업계에 있어선 지금이 사상 최악의 시기다.

1분기 적자 규모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보다 더 크다. 2019년 SK이노베이션(1조2693억원)과 GS칼텍스(8797억원), 현대오일뱅크(5220억원), 에쓰오일(4491억원)의 영업이익은 총 3조1201억원이다. 지난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1분기만에 다 까먹고도 1조원 넘게 더 적자를 봤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부터 심각해진 시장 상황 악화 속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부진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까지 겹치는 등 삼중고(三重苦)에 빠진 탓이다.

실제로 이번 1분기 실적에선 각 정유사들의 석유사업에 적자가 집중됐다. 각사 집계에 따르면 정유 4사의 1분기 석유·정유사업의 손실은 총 4조4222억원에 달한다. 화학·윤활유 사업은 소폭 흑자를 이뤄냈지만, 정유사업이 크게 부진하면서 역대급 적자를 기록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 뉴스1

 

 

문제는 앞으로도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결국 석유제품 소비 확대로 돌파해야 하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입국 제한과 국가 내 이동 제한이 확대되면서 정유사가 생산하는 휘발유·항공유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위축이 계속돼 부진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원유 재고가 너무 많아서 코로나19가 종식돼 수요가 다소 회복된다 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2분기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예정된 보수 일정을 당겨 미리 하는 등 최대한 공장을 멈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증가하는 불확실성을 고려해 설비·투자도 보수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 손실을 줄여놓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전례없는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4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수요 절벽으로 인한 진정한 위기가 2분기부터 본격화된다면 당장 필요한 유동성 확보부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지난달 22일 정부 간담회에서 조세 유예기간의 연장과 세액 부담 절감,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는 2분기까지 마이너스 실적이 이어지다가 코로나19가 소강 추세가 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과거에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또다시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으로 들어갔다"며 "회사의 노력에 정부 지원을 더해 최악의 시기를 견뎌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