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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어려운데 미중 갈등 재점화까지…울고 싶은 삼성·SK·LG
코로나로 어려운데 미중 갈등 재점화까지…울고 싶은 삼성·SK·LG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5.1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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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미국이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내놓은 데 이어, 중국이 미국의 애플·퀄컴을 대상으로 맞불을 놓을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판매 1, 2위에 올라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전자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 애플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또 LG이노텍의 경우 미국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최근 호실적을 보여왔다.

그러나 미중 양국 간 갈등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기에 있는 기업들에 큰 시름이 하나 더해지게 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매출 55조3251억원 중 가장 매출 비중이 큰 지역은 미국을 포함한 미주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체 매출의 33%인 18조2604억원을 미주에서 올렸다.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은 16.6%인 9조2063억원에 달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여타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 전체에서 발생하는 매출(9조318억원)보다 많으며, 유럽 전체에서 발생한 매출(10조9388억원)과도 큰 차이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도 삼성이 그만큼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과 미국 전자 업체 중에서도 화웨이와 애플은 삼성전자에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와 애플은, 베스트바이,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주요 5대 매출처에서 지난해 삼성전자가 올린 매출은 전체 매출(약 230조원)의 13%인 30조원가량이다. 5대 매출처 기업 당 평균 매출이 6조원가량으로 화웨이와 애플 각 6조원씩 12조원가량의 매출이 이번 미중 간 갈등 영향 아래 놓이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시안(西安)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방문, 생산라인을 살피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5.18/뉴스1

 

 

삼성전자보다 사업구조가 메모리반도체로 단출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7조1988억원)의 44%인 3조1707억원에 달했다. 중국 업체 중에서도 화웨이는 단연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매출처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화웨이와 스마트폰,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의 추가 제재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 미중 상호 간 제재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공급사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제3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품은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 규정 개정 추진을 발표했다. 이번 제재는 미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승인을 받게 한 지난 2019년 5월 내려진 제재보다 한층 더 강화된 조치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번 제재로 화웨이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의 제재가 가해지자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퀄컴의 통신칩을 대체해왔지만, 오는 9월 시행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추가 조치가 현실화되면, 미국 기술과 장비를 반도체 제조에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는 TSMC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내놓을 반격 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자국 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애플·퀄컴·시스코·보잉 등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올릴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미국 애플 스마트폰은 중국 내 판매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오로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가 36.9%로 1위에 올랐다. 애플은 8.8%로 화웨이, 비보(24.8%), 오포(14%), 샤오미(10.6%)에 이은 5위다.

애플의 판매 위축은 1분기 코로나19에도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선방한 한국의 LG이노텍에 악재가 될 수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108억원의 66%인 1조3343억원의 매출을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에서 올렸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LG이노텍은 애플의 카메라모듈 멀티화 및 신규 센서모듈 탑재에 따라 지난 5년간 연평균 17%의 외형 성장을 시현했다"며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과 관련해서는 항상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애플이라는 단일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과 점유율 경쟁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