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7 07:11 (화)
"한달새 20兆 투자도 무색"…'뉴 삼성' 시작전에 위기맞나
"한달새 20兆 투자도 무색"…'뉴 삼성' 시작전에 위기맞나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6.05 08: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2020.6.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이 또 다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내외 불확실성' 수렁에 빠졌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한달새 20조원 가량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도 발표했는데, 이 부회장이 재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삼성의 적극적 경영 행보도 빛이 바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 산적한 위기 속에서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가 재현될 경우 삼성이 입게 될 경영공백의 영향을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사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은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부장판사 주재로 열린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 부회장 측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수사 적정성을 판단받기 위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불과 이틀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삼성이 던진 '최후의 카드'에 검찰이 반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부터 4년간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해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100명 이상 임원에 대한 430여회 수사 등의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며 정상적 기업활동의 제약을 받았던 삼성은 또 다시 총수가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초유의 위기까지 내몰린 것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이 부회장이 올들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총수로서 위기감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구속될 경우 삼성의 향후 사업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2015년 이후 5년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서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무노조 경영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계획이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는 '뉴 삼성'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내놨다.

대국민 사과 직후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했고 글로벌 기업인 중 최초로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1일과 열흘 이후인 지난 6월 1일 평택에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평택캠퍼스 2라인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EUV(극자외선)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8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라인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5.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경제위기 핵심 정책으로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적극 추진중인 가운데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내놓은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각종 악재 속에서도 이 부회장이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는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온 약속을 지킨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만약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석방 이후 2년 4개월만에 재구속될 경우 삼성전자의 대형 투자와 적극적인 경영활동에도 당분간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외에도 시가총액 3위 기업까지 성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중인 삼성SDI 같은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전략에도 먹구름이 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전 세계에 타전되면 회사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코로나 경제 회복을 해야 하는 시기에 경제적으로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