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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회귀' 어디까지…북한 군사 행보에 먹구름만
남북관계 '회귀' 어디까지…북한 군사 행보에 먹구름만
  • 이호진 기자
  • 승인 2020.06.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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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판문점 인근 북한 기정동 마을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 2020.6.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가 파열음을 내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남북 간 무력 충돌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남북관계의 회귀 속도가 걷잡을 수 없다는 우려가 18일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전날인 17일 군사적 행보를 구체화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커지고 있다.

총참모부는 전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네 가지 군사 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와 화력구분대를 배치할 계획을 공개했다. 과거 군사지역이었다가 남북 간 평화 모드에서 경제협력의 상징이 됐던 공간들을 군 주둔지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또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들을 재전개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서남해상 전선과 전 전선의 포병부대들도 증강할 것이라고 총참모부는 밝혔다. 사실상 남북 접경지 전체에 대한 무장 계획을 밝힌 것이다.

아울러 대남 전단(삐라) 살포를 위한 인민들의 전선 지역 진출을 군사적으로 보호할 계획도 밝혔다. 앞으로 전방위적인 대남 전단 살포가 예고된 셈이다.

이 같은 총참모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사실상 9·19 남북 군사합의의 파기를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군의 무력이 접경지에 재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사분계선 일대의 '비무장화'가 핵심인 남북 군사합의의 취지와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대적 행동의 행사권을 총참모부에 넘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총참모부는 지난 16일 "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 화할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힌 뒤 17일 구체적 조치로 들어갔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되돌려질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로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합의가 무효화됐다는 선언을 한 셈이 됐다. 공동연락사무소 설치가 지난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 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우리 인민의 격노한 정벌 열기를 담아 이미 천명한 대로 단호한 조치를 실행하였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자연스럽게 이후 발생한 합의도 무효화하는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북한 나름의 계산을 한 행보가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군사합의 파기 행보는 남북관계를 최소 3년 전으로 돌리는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북한군이 재진출하는 것은 남북관계가 20여 년 전으로 크게 후퇴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두 사업 모두 6·15 남북 공동선언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총참모부가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 근무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 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 훈련들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남북이 무력 충돌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대남 전단을 날리는 인민들을 군사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조치도 남북 간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에 대한 '군사적 보호'가 결국 무장을 통한 보호일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으로 나와 대남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를 할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남북의 해석의 차이 등으로 인해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북한이 군사적 행보까지 보이자 지난 4일부터 이어지는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더욱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의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 상황을 가장 어렵게 만들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북한은 연일 대북 전단 문제를 들어 체제와 최고존엄 훼손을 현재 대남 강공 압박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부 당국이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진짜 속내가 다른 데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딱 떨어지는 북한의 의도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실익'을 주지 못하는 남측을 멀리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과, 자력갱생 기치의 정면 돌파전을 위해 일부러 대외 행보에 거리를 두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에 권력 구도와 관련한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해 북한이 대외적으로 강경 기조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부터 북한의 의도에 대해 이렇다 할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하고 있지만, 북한의 '진의'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약 2주간 이어지는 동안 북한은 연락사무소의 파괴를 통한 사실상의 판문점 선언 파기, 총참모부의 움직임 본격화를 통한 군사합의 파기 행보까지 일련의 '대적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점차 멀어지고,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