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9 07:41 (목)
'등록금 반환' 혈서 다음은?…'코로나 갈등'에 병드는 대학가
'등록금 반환' 혈서 다음은?…'코로나 갈등'에 병드는 대학가
  • 사회팀
  • 승인 2020.06.19 07: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총학생회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등록금 반환과 학기말고사 성적부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0.6.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등록금 반환과 기말고사 방식 등을 놓고 대학과 학생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 속에서 대학들은 '온라인 개강'을 선택했고, 비대면 강의를 진행해 오다가 지난 5월부터 제한적 대면 강의를 열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교육의 질이 떨어진 만큼 등록금 반환 등 금전적·학사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 대학생 단체들이 등록금 반환 운동의 중심에 섰고 연세대, 서울시립대, 홍익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대학별 총학생회도 독자적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연세대 총학생회 총궐기 투쟁본부는 오후 2시 교내 학생회관에서 학교 본부의 불통 행정과 책임 회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Δ학생들의 총의가 담긴 선택적 패스/온패스 제도 도입이 어떤 근거로 기각됐는지에 대한 설명 Δ비대면 강의와 시험으로 인한 잦은 학사 변동, 시험 부정행위 방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Δ1학기 학습권 침해에 대한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등 101개 총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는 전총협 측도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온라인 강의에 대한 보상만을 외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동아리·소모임 등 캠퍼스 생활과 교우관계 등 대학생활의 본질을 잃어버렸다"며 "이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전날 한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는 '혈서'까지 등장하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는 격화되고 있다.

한 한양대 학생은 '등록금 반환 대신 혈서가 필요하다고?'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17일 게시했다. 이 글은 앞서 6일 한양대 본관 앞에서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며 간이 농성을 벌이던 학생에게 이 대학의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치르고 싶으면 학생들에게 혈서라도 받아오라"는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2시간여 뒤 자신을 사학과 4학년이라고 소개한 이 학생은 혈서를 쓴 이유에 대해 "학기마다 300만~400만원을 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 학교 측은 이 돈을 단순한 숫자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후 이 학생을 같은날 오후 11시께 "혈서 쓴 사람인데 실검 감사합니다"라는 추가글을 올렸다.

그는 "여러분(커뮤니티)과 학우들이 없었으면 학교 측 공인(교수)이 '혈서'를 운운한 것을 책임지게 만들고, 대면수업 반대와 등록금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살해 버린 게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 알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 대학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특수한 상황에 맞춰 수업을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도, 하고 있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민한 사안인 만큼 내부적으로 최종 결론이 난 뒤 학생들에게 입장 전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서울 시내 대학 관계자는 "비대면 강의로 진행된 이번 학기가 이전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부족했을 수는 있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며 "학교 측에서도 주어진 상황에 맞춰 최대한의 노력을 했으나, 처음 겪은 일인 만큼 만족도가 떨어졌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결론이 나든 대학과 학생들 간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대학 경영진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며 "대학마다 학생 대표도 참석하는 평의원회가 있는데, 학생들의 의견이 뭔지 들어보고 대학은 왜 이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도 이날 "등록금 반환 문제는 각 대학이 학생과 소통을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교육부가 대학생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