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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놓고 잇단 총수 회동…'코리아 배터리' 동맹 이뤄지나
전기차 놓고 잇단 총수 회동…'코리아 배터리' 동맹 이뤄지나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6.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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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LG 제공) 2020.6.22/뉴스1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특정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것이란 예상부터 SK그룹을 포함한 '코리아 배터리 동맹'을 위한 시동이라는 관측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기업(LG화학·삼성SDI)을 보유한 그룹 총수를 연이어 만난 건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수급이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유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차에 벌금을 물리는 등 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세계 각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은 매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에 반해 배터리는 당장 공장 건설을 시작하더라도 생산에 수 년이 걸려 물량이 부족하고, 전기차 성능에 맞는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도 어렵다. 업계는 향후 2~3년 안에 전세계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패하면 전기차 생산에 지장을 받는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아차는 배터리 수급 문제로 인해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출시가 차질을 빚자, 사전계약을 시작 하루만에 중단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순수전기차(EV) 콘셉트의 티저 이미지. (현대차 제공) 2020.2.14/뉴스1

 

 

현대차와 LG화학이 협력할 경우 합작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현대차는 LG화학과 배터리 스타트업을 공동 발굴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도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하는 등 이미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다. 이번 총수 회동을 계기로 협력 범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공장 설립을 준비하는 인도네시아에 LG화학과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제조부터 전기차 생산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해당 지역에 전기차 수출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확보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설명이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설립했고, 미국의 테슬라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전기차 공장을 함께 짓기도 했다. LG화학도 지난해 미국의 GM과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합종연횡을 하는 추세다. 다만 현대차와 LG화학은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부인했다.

 

 

 

 

 

 

 

2018년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사진 좌측)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뉴스1

 

 

반면 현대차가 회동을 마친 LG화학·삼성SDI 중 한 곳을 정해 협력하기보다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느슨한 형태의 연합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정 배터리 업체하고만 협력한다면 해당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까지 파나소닉에서 배터리를 독점으로 공급받은 테슬라는 이런 이유로 올해 초 LG화학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이합집산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또다른 국내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을 추가해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3사가 협력하는 '코리아 배터리' 동맹을 맺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업체 3곳 중 2곳의 그룹 회장을 만났는데, 나머지 한 곳의 회장을 제외하긴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렇게 지역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사례는 많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아시아 국가의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 지역 배터리 기술 개발에 10억유로(약 1조3500억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유럽배터리연합(EBA)도 60억유로(약 8조15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중국도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자국 내에서 완성차-배터리 업체의 협력이 활발하다.

한국의 경우 전기차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판 뉴딜'로 육성하고 있기에 현대차와 삼성·LG·SK 등 4대 그룹의 협력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공동 연구개발(R&D) 방안과 정부 지원책 등이 담긴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국내 배터리 3사의 협력이기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국내 업체들의 협력은 전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상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 시장에선 생산의 분업화가 이뤄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 국가의 수송로가 폐쇄되면 다른 국가도 생산에 차질을 빚는 걸 모두가 목격했다"며 "현대차와 배터리 3사 모두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