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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오거돈·박원순…'권력형 성범죄' 사각지대 놓인 비서직
안희정·오거돈·박원순…'권력형 성범죄' 사각지대 놓인 비서직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7.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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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을 서울시 측에 알렸으나 시장 비서실 정무라인에서 해당 사안을 덮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15일 정무라인 공무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스1 © News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를 두고 서울시가 진상규명을 준비 중인 가운데 고위공직자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직이 여전히 권력형 성범죄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인권·여성단체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독립성을 지닌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해 관련 의혹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밝힌다는 계획이지만 강제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16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관합동조사단이 면직된 별정직 공무원들을 조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A씨가 당한 추가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단체들은 "시장실과 비서실에는 일상적인 성차별이 있었고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가 부하 직원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은 박 전 시장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당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는 안 전 지사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아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5분 동안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밝히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오 전 시장은 현재 강제추행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전직 비서 A씨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들은 비서라는 직책에 왜곡된 성역할이 반영돼 피해 비서가 상식적인 업무 수행에서 벗어난 일들을 해야 했다고 보고 있다.

지원단체들은 서울시 비서들이 수행한 업무들은 '시장 기분을 좋게 하는 것'들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광역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 연이어 부하 직원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비서업무에 관한 성차별적 인식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그간 비서업무에 관해 잘못된 생각과 악습들이 있었다"면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악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서라는 직책을 전문적인 역할로 봐야 하며, 맡은 업무 이외에 다른 것까지 비서에게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이 지닌 권한이 막강하고 임기가 길어질수록 권력행사에 둔감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외부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범죄 관련 전문가는 "권력이라는 것이 사람을 부패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어서 누구나 그 위치에 가면 일정 기간 후에는 권력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외부에서 계속 조직을 감시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