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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속 무소불위 누리는 지자체장…'성추문·권력' 감시망 필요
밀실 속 무소불위 누리는 지자체장…'성추문·권력' 감시망 필요
  • 이호진 기자
  • 승인 2020.07.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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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무라인 공무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에서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7.1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

집무실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A씨에게는 성추행 피해 장소라는 의미일 뿐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부하직원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그들만의 밀실'인 집무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장 개인의 일탈이 이번 사건의 주된 원인이지만 제왕적·폐쇄적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지자체장을 감시하고 견제할 시스템 개선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장 연루 성추행 사건, 집무실 피해장소 '한목소리'

19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에 따르면, A씨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한 공간으로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을 지목했다.

박 전 시장은 이 공간에서 무릎에 난 (A씨의)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입술을 접촉하고 집무실 내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하면서 신체 접촉을 하기도 했다고 A씨 측은 주장했다.

지난 16일 A씨 측이 공개한 박 시장의 추가 성추행 실태·사례에서도 피해 장소로 등장한 건 집무실이었다. A씨는 박 전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집무실 내 샤워실을 이용하는 동안 새 속옷 준비와 기존 속옷 처리를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자체장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받은 비서·직원들도 피해 장소를 집무실을 꼽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직원은 집무실 내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오 전 시장이 컴퓨터 시스템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집무실로 불렀는데 그 자리에서 불필요한 신체적인 접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폐쇄적 공간, 밀실 해체해 감시망 확보해야"

잇단 지자체장의 부하직원 성폭력 장소는 모두 집무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개 지자체장 집무실은 비서실을 거쳐서 들어간다. 외부와는 철저히 분리된다. 측근과 비서들만 집무실을 드나들 수 있는 셈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던 이들도 비서였다.

집무실 내실은 훨씬 폐쇄적이다. 침실·샤워실 등이 있는 아예 개인적 공간이다. 박 전 시장 비서도 내실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지자체장이 격무에 시달리는 만큼 휴식을 위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사실상 폐쇄적·제왕적 공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이런 밀실을 해체해 지자체장에 대한 감시망을 확보하고 제왕적·구시대적 형태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나온다.

정치권이 먼저 목소리를 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자체장 집무실에 투명유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이런 일(성추행)이 일어날 구조 자체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했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도 "안 전 지사, 오 전 시장, 박전 시장도 잇따라 집무실 내에서 여비서에 대한 성폭력을 가했다"며 "국민은 비서들도 드나드는 공간에 개인 샤워실과 침대까지 설치 운영하는 것을 이해해주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선 가능' 무소불위 권력 누려…견제 도구 필요

3선까지 가능한 지자체장은 한번 당선되면 최장 12년까지 수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인사권을 쥔 지자체장이 장기간 근무할 경우 공무원들은 충성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에 따라 중앙정부나 국회의 견제도 어렵다.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는 지자체장을 견제할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들을 감시할 제3의 기관을 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큰 상태다.

지난 17일 여성가족부 긴급회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제3의 기구가 조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는 곧 실무회의를 열어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한 여성단체 대표는 "서울시의 경우 젠더특보나 내부 기구도 만드는 등 추가로 개선할 게 없는 기관"이라면서도 "성 관련 정책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박 전 시장도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면서 문제의식이 없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권력을 견제를 할 수 있는 제3의 외부기구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