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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섣불리 그린벨트 꺼냈다 열흘간 우왕좌왕…"정책 조율 실패"
당정, 섣불리 그린벨트 꺼냈다 열흘간 우왕좌왕…"정책 조율 실패"
  • 이호진 기자
  • 승인 2020.07.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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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너머 보이는 아파트 단지 모습. 2020.7.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을 공식화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당·정·청 간 혼선이 일단락됐다. 그린벨트는 남겨두고 공공기관 및 태릉 골프장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그간 당·정·청이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공론화했다는 지적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당·정의 7·10 부동산 대책 논의 과정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시 여당은 그린벨트 해제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7·10 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 14일 주택 공급 방안과 관련해 "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했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국토교통부도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나서 "근본적인 공급확대를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또한 지난 17일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미 당정 간 의견을 정리했다"며 그린벨트 해제까지 포함해 주택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7.20/뉴스1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운을 띄운 여당에서 정부와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수도권 과밀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기 시작하더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19일) "당정이 검토하기로는 했지만 합의되거나 결정한 적은 없다"며 "그린벨트는 한 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혼선이 심화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심지어 도지사, 법무부 장관까지 (부동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데 국민이 누구 말을 듣고 신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당정청 핵심 인사와 대선주자까지 나서서 서로 상반된 주장을 쏟아내며 우왕좌왕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당·정·청의 공식 입장은 조율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관련 입장이) 정리됐다고 하는 건 안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그린벨트 보존을 선언하면서 논란도 정리됐지만 공급 대책 마련 과정에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섣불리 내놓은 게 혼선의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당·정·청은 그린벨트 해제를 염두에 두되 이를 제외한 방법으로 주택 공급량을 확보할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급량을 추산하기도 전에 그린벨트 해제 이슈를 던진 것이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청와대의) 정책 조정 능력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그린벨트 논란 과정에서 (정책 조율이) 하나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