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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후속법' 통과됐지만 출범 표류할 듯…야당 비토권 유지
'공수처 후속법' 통과됐지만 출범 표류할 듯…야당 비토권 유지
  • 이호진 기자
  • 승인 2020.08.0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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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심사과정에 항의하며 퇴장, 자리가 비어 있다. 2020.8.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3법'이 3일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공수처 출범 시한이던 지난달 15일로부터 20일째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위원추천 교섭단체 지정권'을 명시한 쟁점 조항이 끝내 삭제되면서, 공수처 출범을 사이에 둔 여야의 줄다리기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법 일부개정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 3건을 가결했다.

'국회법 개정안'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공수처장을 포함하고, 소관 상임위를 법사위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은 국회의장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없이 구성해야 하며, 기한을 정해 교섭단체에 위원 추천을 서면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각 교섭단체는 요청 받은 기한 내에 위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쟁점이 됐던 '기한까지 후보 추천이 없을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2조3항)은 끝내 삭제된 채 법사위를 통과했다. 법안은 이대로 4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해당 조항은 지난달 말 운영위에서 법안이 처리될 당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삭제된 것이다. 통합당이 의장이 요청한 기한 내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주도권을 갖고 후보추천위를 구성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정치적 오독' 가능성 때문이다. 모법(母法)이 명시한 야당의 비토권을 규칙안으로 무력화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출범하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수처장 임명 없이는 사실상 공수처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법 시행일인 7월15일이 출범일이었으나, 여야 대립으로 국회 후속입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범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회 개원식에서 공수처 출범을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경준 법무법인 인의 대표변호사를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정했으나, 통합당은 공수처법 자체를 위헌으로 보고 후보추천위원 구성에 임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날 법사위 소속 일부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등은 해당 조항의 '부활'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원칙적으로 필요한 조항"이라며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조항을 미리 만들어 둬야 한다"고 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교섭단체가 여러 개 있을 가능성이나, 그 교섭단체가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 추천의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대비해 2조3항을 그대로 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의장이 기한 내에 하라고 했는데 지나가버리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나"며 "그때는 아마 공수처 본법(모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7명 중에 6명이 찬성하는 이상한 법이 어디있나"며 "과반수나 3분의 2로 바꾸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사위는 운영위를 통과한 수정안을 법사위에서 재수정할 경우 체계·자구심사권을 넘어선 '월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해당 조항이 삭제된 안을 가결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은 국회 규칙이라 운영위 소관 법안"이라며 "추천위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은 모법인 공수처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가면서 입법 미비 사항을 치유해가도록 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