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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승인에도 월성 맥스터 착공 못해…환경·탈핵단체 눈치보나
정부 승인에도 월성 맥스터 착공 못해…환경·탈핵단체 눈치보나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8.2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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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복지회관 앞 도로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월성원자력본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증설을 반대하는 시민이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재검토위원장이 탄 승용차를 막아서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최창호 기자

우여곡절 끝에 공론화를 마무리짓고 정부의 승인까지 떨어졌지만, 월성 원자력 발전소의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환경·탈핵단체는 물론이고 일부 정치인들까지 공론화 조사를 부인하면서 선뜻 착공을 강행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월성 맥스터 증설 '골든타임'이 임박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1일 월성 원전 맥스터 공작물 축조 신고를 했지만, 경주시 양남면에서 이를 수리하지 않아 착공을 하지 못했다.

양남면 측은 "다른 부서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면서 "통상 공작물 축조신고 수리는 1~2주 정도가 소요되지만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리가 언제될 지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올해 4월부터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 여부와 관련한 의견 수렴을 준비해 지난 6월부터 145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달 가까이 공론화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맥스터 증설 최종 찬반 조사 결과는 찬성 81.4%(118명), 반대 11.0%(16명), '모르겠다' 7.6%(11명)로 나타났다.

이후 정부는 지난 20일 월성 맥스터의 증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한수원은 이튿날 축조신고를 했다. 축조신고가 수리되면 곧장 착공에 돌입할 수 있다.

월성 원전의 현재 임시저장시설은 2022년 3월 포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맥스터를 증설하는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8월 이내에 착공에 돌입해야 원전의 '셧다운'을 막을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7월말에 공론화 조사가 발표됐고, 약 한달 만에 정부의 증설 결정까지 났음에도 '골든타임'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도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공론화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로 인해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말 공론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부터 환경단체·탈핵단체를 중심으로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론화 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당시 현장에서는 맥스터 증설의 찬성-반대 시민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로도 반대 측에서는 공론화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국회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원전 시설 증설처럼 찬반이 첨예한 사안에서 81.4%라는 수치는 선뜻 믿기 어렵다"면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처럼 찬반비율을 고려해 시민참여단을 뽑은 다음 논의의 숙의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더 타당한 공론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단 145명 중 한수원 협력업체나 납품업체 직원 등 이해관계자가 21명 포함됐다"며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모듈형 임시저장소)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뉴스1

 

 

계속되는 논란에 재검토위는 지난 26일 결과설명회를 개최하고 해명에 나섰다. 류 의원이 공개한 명단에 대해서는 "성씨와 주소 등 기본적인 데이터만 대조해도 8명이 확실하게 (시민참여단이) 아니었다"면서 명단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을 보였다.

김소영 재검토위원장도 "우리가 진행한 공론화 과정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석은 정확했고 왜곡되거나 불공정한 점은 없었다. 학자적 양심을 걸고 활동했다"면서 "확인이 되지 않은 사실이나 감정적 표현보다는 정확한 지적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제 제기와 해명·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월성 맥스터의 증설 이유였던 '골든타임'을 넘길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 월성 2~4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가 지난 1분기(2504다발)보다 712다발 더 많은 3216다발이 발생하면서 '셧다운' 위험은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적지 않은 파열음을 내면서 여기까지 끌고와놓고도 결국 '골든타임'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원전 셧다운에 대비한 '플랜B'도 고민해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