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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고령화'로 나랏빚 쑥쑥…학계, 재정지출 확대 너무 빨라
'코로나+고령화'로 나랏빚 쑥쑥…학계, 재정지출 확대 너무 빨라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09.1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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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준비하고 있다. 2020.3.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나랏빚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내년과 이듬해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오는 2022년에는 지난해 대비 11.1%포인트(p)나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학계에선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발 경기충격으로 인해 다른 나라들 역시 나랏빚을 대규모로 늘리며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학계는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복지예산 역시 부쩍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 이러한 국가채무 증가 추이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2022년 50% 육박 전망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0년 본예산 때 39.8%에서 1차 추경 41.2%, 2차 추경 41.4%, 3차 추경 43.5%로 상승했다. 이어 이번 4차 추경 편성으로 인해 국가채무 비율은 역대 최고인 43.9%로 오를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국가기관이 내놓은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0년 39.8% → 2021년 42.1% → 2022년 44.2%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예산정책처 역시 지난해 10월 '2019~2028년 중기 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40.5% → 2021년 43.1% → 2022년 45.5%를 전망했다.

이미 3차 추경만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국가기관들의 기존 2021년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서 2022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5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피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해 38.0%에서 2020년 44.8%로 오른 뒤 2021년 47.8%, 2022년 49.1%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거란 얘기다.

◇"현재로썬 여유 있지만 재정확대 '속도' 위험" 경고

이마저도 일본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에 비하면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무작정 아끼다가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을 맞는 것보다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확대 재정 정책을 펼치는 것이 낫다"면서 "국가채무가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국채 발행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수준이라면 크게 우려할만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유럽연합(EU)이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설정한 재정 준칙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최대 60% 수준이라 우리나라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제학계는 재정지출 증가 속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채무 비율 자체가 높진 않지만 현재의 재정지출 확대 속도는 위험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일단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특히나 무역의존도가 높아 대외신용도를 잘 관리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가채무 관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마스크를 낀 주민. 2020.3.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고령화에 쓸 돈 많은데…효율적 재정관리 필요"

자칫 재정관리에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는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확대와 맞물려 부지불식간에 국가채무가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0~5세 인구는 2019년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2.0% 감소하고 65세 이상 인구는 연평균 5.2%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 대비 20.3%를 차지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라며 "책임이 있는 정부라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출만 강조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1인당 2만원의 통신비를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난색을 표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처럼 재정사용 효과가 크지 않는데도 정치적인 이해관계만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지워선 곤란하며 효율적인 재정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교수도 "정부의 확대재정 정책으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하는 승수효과를 얻기 위해선 적어도 국민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왔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통신비는 대부분 통장에서 자동이체되기 때문에 승수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하 교수 역시 "통신비 지급에 과연 경제적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사회적 통합 측면에서 통신비를 준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공감대마저 얻지 못한다면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