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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죽음에 움직인 국회…"그들의 현실, 공단도 몰랐다"
택배기사 죽음에 움직인 국회…"그들의 현실, 공단도 몰랐다"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10.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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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택배기사가 생전 남긴 문자. 2020.10.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는 최근 잇단 택배기사들의 죽음을 막고자 정치권과 정부가 대책을 논하는 자리가 됐다.

감사로 드러난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현실은 대체로 구조적 문제에 기인했다. 업계에 뿌리 깊은 관행도 문제였고, 정부가 미비하게 설계한 제도도 문제였다.

숨진 택배기사의 산업재해 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리 작성된 것으로 밝혀지며 의원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파헤쳤으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은 노동자만 아니라 사업주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환노위 여야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적용제외 제도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향해 법 개정에 앞서 특고 종사자들을 일단 구제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이날 환노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특고) 산재 적용제외와 관련해 시비가 붙었는데 걱정 마시라. 이 부분은 우리가 깔끔히 정리하겠다. 당연가입 하도록 우리가 다 마음을 모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국회가 특고의 전속성 문제와 적용제외 문제를 법으로 바꿀 텐데, 그 전에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2020.10.20/뉴스1

 

 

◇택배원 40명중 35명 '산재 적용제외'…강요일까?

이날 국감 질의는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 증인으로 출석한 윤성구 CJ대한통운 파주제일대리점장에게 집중됐디.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준병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윤 점장을 증인대에 세운 뒤 대리점 택배기사 40명 중 무려 35명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원래 택배기사를 포함한 14개 직종의 특고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해 일부 사업주는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마치 '의무'처럼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 보험료는 노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직원 수십명을 연간 단위로 따지면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적용제외 신청서를 사측에서 대필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지난 8일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씨(48)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했는데, 그 신청서는 관련 업무를 대행한 회계법인이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윤 점장은 보험료를 아끼려고 직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압박한 적이 결단코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자신은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윤 점장에 따르면 사업주가 부담하는 산재 보험료는 직원 약 40명 기준 연간 1000만원 정도인 반면, 직원들이 기여하는 수입은 족히 수십배는 된다. 따라서 그는 "압력을 행사해 '신청서를 써야 한다', '산재보험에 들면 안 된다' 말한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주장에도 의원들은 특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단체로 받는 관행이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과연 택배 노동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신청서를 나눠주면 안 쓰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그 분위기 자체가 무언의 압박은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또 증인이 운영하는 대리점에서도 신청서 여럿에서 같은 필적이 발견되며, 대필 의혹이 불거졌다. 윤 점장은 신청서 쓸 시간이 부족한 일부 기사들이 서류 작성을 동료에게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의원들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과 신청서 대필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강 이사장은 이미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현황에 대한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그 결과를 보고 나머지 직종에 대해서도 조사 계획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2020.10.20/뉴스1

 

 

◇특고 통계 '전무'…여야 "걸음마 단계서 나아가자"

이처럼 특고 종사자들이 자신의 산재 가능성을 두고 '눈칫밥'을 먹는 동안,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공기관은 특고 종사자들의 전반적인 노동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특고로 관리된 역사가 오래된 대리운전 기사마저 제대로 된 통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는데, 공단에서 (데이터를) 파악한 분들이 13명이더라"면서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했던 대리기사가 2만명, 카카오대리 15만명, 이용건수는 거의 1000만건에 달한다. 그런데 이 자료들이 공단조차 거의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강 이사장도 문제 인식을 공유했다. 강 이사장은 "특고 종사자 분들의 근로형태, 소득구조, 고용안정성 등에 대한 통계나 조사 등이 전혀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강 이사장은 "이번에 저희가 한 라이더 플랫폼 업체로부터 원자료를 협조받아 내부 분석하고 있다"며 "굉장히 많은, 시범적 분석이다. 이로써 정부가 배달업 종사자 분들의 일하는 형태나 소득, 사회보장제 적용 정도를 포함해 일단 어느 정도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특고 종사자와 관련해 질의한 의원은 대부분 여당 소속이었으나, 관련 제도를 바꾸자는 데 합의를 이룬 것은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문제는 말은 하지 않아도 환노위 여러분이 다 공감하고 계신다"며 "법을 바꾸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법 제도를 개선하기 전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총동원해 줄 것을 주문했다.

임 의원은 "현 시점에서 택배기사들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분류와 상하차 작업에 동원되며 발생하는 장시간 노동"이라며 "그렇다면 분류만 자동화 시스템으로 해도 상당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걸 개선해야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택배사가 현재 기사들에게 부당하게 전가되는 분류 작업을 자동화 체계로 교체하는 경우, 일터혁신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저리융자를 해 주자고도 주장했다.

업계도 같은 취지로 대책을 호소했다. 윤성구 점장은 "같은 택배 종사자로서 부탁드린다. 현 상황에서 택배기사 처우,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택배 본사도, 대리점도, 어느 누구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부처에서 실질적인 부분들을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성구 CJ대한통운 파주제일대리점장. 2020.10.20/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