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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과로사 도미노’ 막으려면…"하루 절반인 분류작업 떼내야”
‘택배 과로사 도미노’ 막으려면…"하루 절반인 분류작업 떼내야”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10.2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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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코로나19 확산에 추석 연휴까지 겹쳐 과도해진 업무량으로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택배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에만 2명이 과로사로 숨졌다. CJ대한통운 소속으로 서울 강북구지역을 맡았던 택배기사 고 김원종씨(48)는 지난 8일 근무 중 사망했다.

김원종씨는 배송 중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하루 400건의 물량을 배송한 김씨는 평소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오후 9시가 넘어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는 한진택배의 택배기사 김모씨(36)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전 동료기사에게 "저 너무 힘들어요"라는 문자를 남긴 김씨의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적 증상으로 꼽히는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이었다. 유족은 김씨에게 특별한 지병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도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시간대에 근무하던 20대 청년이 12일 퇴근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올들어 현재까지 택배기사 9명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택배기사들이 맡는 업무량이 올들어 코로나19로 과중할 정도로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택배기사들은 지나치게 쏠린 업무량을 줄여야 연이은 과로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21일 대책위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택배회사에 노동시간 단축을 촉구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특히 배송 1건당 계약된 금액을 받는 택배기사가 계약에 포함되지 않는 택배분류(상차) 업무까지 맡아 업무량이 과중해진다고 기사들은 입을 모은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택배기사들이 하루에 택배분류에 7시간을 쓰고 배송에 7시간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류작업은 과거에는 1~2시간 정도 걸려서 기사들이 통상적으로 수행해온 업무"라며 "(물류산업 성장으로) 5~6시간으로 늘어나더니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7~9시간으로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으로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 택배분류가 기사의 업무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노조 측과 택배 회사 측의 입장이 갈리는 만큼, 생활물류법 제정을 통해 택배기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표준계약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병옥 공인노무사는 "택배 분류작업을 기사들이 전부 맡고 있어 업무량이 과도해지는 측면도 있다"면서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적인 보수를 지급하거나 배송업무와 상차 업무를 구분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택배기사에게 고정적인 임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전 노무사는 설명했다. 그는 "택배기사들이 배달 횟수에 비례해 수익을 얻기 때문에 업무량이 과중해지는 구조로 볼 수 있다"며 "최저임금처럼 택배기사에게 최소한의 보장임금을 지급하면 업무량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받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택배노동자는 일반노동자처럼 회사의 업무지시를 받는데 계약이 사용자처럼 돼 있어 본인 이익을 위해 노동시간 제한 없이 일을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법적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면 택배기사의 업무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를 개정하자는 입법청원을 냈다.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 노동자 정의를 확대하자는 것이 골자다. 해당 청원은 10만명이 동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심사단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