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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부담 컸나'…매물 쌓이는 서울 고가 아파트
'보유세 부담 컸나'…매물 쌓이는 서울 고가 아파트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11.0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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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 News1 이승배 기자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공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서서히 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 현실화로 주택 보유세가 대폭 오를 것으로 예고되자, 관망하던 집주인들이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을 하나둘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701건으로, 공시가 로드맵 공개 직전인 10월26일(4만2559건) 대비 3142건 증가했다. 열흘 만에 7.4% 늘어난 것이다. 이는 온라인상에 등록된 아파트 매물 중 중복된 매물을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잠시 감소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27일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 지속해 늘어나는 모습이다. 10일 기간 중 7일간 매물이 늘었다.

매물이 전반적으로 늘면서 값을 낮춘 급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급매물은 열흘 전인 지난달 26일 2248건이었으나, 현재 2535건으로 287건(12.8%) 증가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공시가 현실화로 주택 보유 부담이 커지면서 시중 아파트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늘어나는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세금부담에 따라 고가 또는 다주택자의 매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열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으로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각각 80%, 90%, 100%로 올리는 검토안을 제시한 뒤, 이달 3일 90% 안을 결정해 발표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이에 따라 시세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9억~15억원 아파트는 2027년까지,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공시가가 시세의 90%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0% 수준이다.

각종 세금 기준이 되는 공시가가 크게 오르면서 집주인들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고가·다주택일수록 세금 부담은 커진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1158만원에서, 5년 뒤 4503만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오른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올해는 907만원이지만 5년 뒤 4632만원으로 5배가량 뛴다.

지역별 매물 증가 추이를 보면 고가 주택이 포진한 강남권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서초구가 열흘 전 3698건에서 현재 4125건으로 11.5% 늘었고, 강남구는 3797건에서 4181건으로 10.1% 늘어 전반적인 증가세를 견인했다. 투자 수요가 많은 중구(484건→552건, 14.0%↑), 중랑구(975건→1072건, 9.9%↑), 노원구(3206건→3519건, 9.7%↑) 등도 매물이 늘었다.

급매물은 서초구가 열흘 전 305건에서 현재 384건으로 25.9%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고, 강동구(165건→203건, 23.0%↑), 송파구(484건→552건, 14.1%↑) 등 역시 강남권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집값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 주택 등 수요층이 얕은 곳은 매물이 적체되면서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고, 전세난으로 수요층이 두터운 중저가 지역은 매물이 소화되면서 강보합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현실화 속도가 빨라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 안정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축 공급량을 크게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는 특정 지역의 수요 쏠림 현상으로 인해 물량이 쉽게 소화될 수 있다"며 "전세난으로 수요층이 두터운 중저가 지역은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