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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열풍에 '밀키트 무인 판매점'까지 등장
집밥 열풍에 '밀키트 무인 판매점'까지 등장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11.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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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무인 밀키트 판매점 '담꾹' 한성대점 매장에 손님들이 방문한 모습. 2020.11.11/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아무도 없는 매장에 손님이 들어와 냉장고를 열고 제육볶음용 재료 세트를 꺼낸다. 직접 바코드를 찍고 카드결제까지 한 뒤 매장을 빠져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 2주 전 서울 성북구 한성대 인근에 등장한 무인 밀키트 전문점 풍경이다.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어 외식을 하는 것보다 낫다"며 "점원과 마주하지 않고 구매하는 방식도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시대를 돌파할 새로운 사업 형태로 무인(無人) 밀키트 판매점이 등장했다. 최근 집밥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집에서도 식당처럼 근사한 한끼를 만들 수 있는 밀키트(meal kit)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1인 영업·무인 시스템에 눈을 돌리면서 이색 '합작품'이 탄생한 셈이다. 무인 밀키트 매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줄 폐업 행렬을 잇는 외식업계에서 나 홀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점주 없어도 자동 '영업준비'…손님 혼자 "담고, 찍고, 포장까지 1분"

16일 업계에 따르면 간편식 포장 전문 프랜차이즈 '담꾹'은 지난 9월 국내 최초 무인 밀키트 판매점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인건비와 운영비 감축을 위해 무인 매장을 운영한 사례가 있지만 밀키트를 주인 없이 판매하는 매장은 이곳이 처음이다.

밀키트란 손질한 식재료와 양념을 포장한 조리 직전의 제품을 의미한다. 레스토랑이나 맛집 음식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맛볼 수 있어 올해 집밥 트렌드를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빕스나 계절밥상과 같은 고급 뷔페·레스토랑부터 일반 식당들이 주력 메뉴를 밀키트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는 서비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아예 기존 식당 운영을 접고 밀키트 판매로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 광진구에 1호 직영점을 낸 담꾹은 밀키트 인기를 타고 약 2개월간 서울에 4개 매장을 추가하며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인테리어 공사 중이거나 계약을 마친 가맹점까지 더하면 현재 전국 30곳이 운영을 앞두고 있다.

담꾹이 판매하는 밀키트 종류는 부대찌개·소고기국밥·안동찜닭·제육볶음 등 4종류다.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손질한 채소·닭고기·돼지고기·소스를 낱개 포장해 넣고 밀봉한 상태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각 2~3인분 분량에 1만원을 넘지 않는 '가성비'를 앞세워 대학가 젊은 층 소비자와 주부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 결제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한 손님들의 재방문율도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꾹 매장이 다른 밀키트 판매점과 차별화한 핵심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무인화(無人化) 시스템에 있다. 냉장고 3대와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가 전부인 33㎡(10평) 남짓한 매장은 직원이 없어도 자동 운영이 가능하다.

점주가 미리 모바일 앱으로 시간만 지정해두면 새벽 6시에도 자동으로 매장 문을 열 수 있었다. 간판과 조명을 원격으로 켜고 끄는 것도 가능하다. 점주는 매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모바일 폐쇄회로(CC)TV 프로그램을 통해 매장 안과 밖의 상황을 모두 지켜볼 수 있어 완벽한 무인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손님들은 냉장고에서 원하는 밀키트 제품을 꺼내 키오스크로 직접 결제했다. 제품 포장 겉면에 인쇄한 바코드를 키오스크에 인식하면 화면에 주문 정보가 뜨는 방식이다. 한 손님이 제품을 고르고 카드 결제 후 비닐에 담아 매장을 떠나는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매장을 방문한 김영주(50)씨는 "요즘 채소가 비싸서 재료를 일일이 구입해 요리하는 것보다 손질한 제품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러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인건비 절감·비대면 효과…코로나發 타격입은 외식업계 '주목'

무인 매장은 점주 본인의 인건비 외에 운영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들의 신사업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인 주문·결제 시스템으로 비대면 트렌드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담꾹 한성대점 김현숙(42) 사장은 "기존 장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워져서 밀키트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재료 손질 외에는 매장 운영에 많은 관리가 필요하지 않아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아내와 함께 매장에 방문한 A씨(65)도 "고령이라 식당 방문이 조심스러운데 사람들을 마주하지 않고도 제품을 구매해갈 수 있어서 자주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엔 온종일 많은 사람이 오갔지만, 냉장고나 출입문에 특별한 보안 시스템이 따로 없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무인 매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고가인 밀키트를 판매하다보니 보안이 더욱 중요하다.

김정수(45) 담꾹 대표는 "아이스크림 무인 매장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손님이 결제를 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 손실을 본 금액 비율이 평균 2%를 밑돈다"며 "신용카드를 넣어야만 매장 문이 열리는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손실이 거의 없는 상태라 운영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오프라인 음식점을 방문하는 형태와 비교해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대학생 조서현(24)씨는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는 것은 난감하다"며 "양도 혼자 먹기엔 다소 많아 며칠에 걸쳐 나눠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담꾹은 향후 외식업계가 참고할 만한 새로운 사업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담꾹 매장에선 점주가 식자재를 원물 그대로 납품받아 간이 부엌에서 다듬은 뒤 포장까지 처리하고 있다.

향후엔 공장에서 완성한 밀키트를 각 매장에 물류기사가 납품하고 매장은 마치 '자판기'처럼 물건을 판매하는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시에 매장에 주인이 없어도 배달원이 물건을 픽업해 각 가정에 배송하는 서비스로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정수 담꾹 대표는 "미래에는 점주가 손을 대지 않고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며 "전국에 매장을 늘리고 메뉴도 추가해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간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무인으로 운영하는 담꾹 매장·제품 이미지(담꾹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