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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전세, 고위공직자가 먼저 살아라"…전세대책 반발 확산
"호텔전세, 고위공직자가 먼저 살아라"…전세대책 반발 확산
  • 이재인 기자
  • 승인 2020.11.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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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청원 글© 뉴스1

"호텔 전세 등 공공전세가 그렇게 좋다면 총리,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먼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서 임대주택에 들어가 살아보세요. 위에서 모범을 보여야 국민도 행동할 거 아닙니까."(수도권 거주 A씨)

정부 전세대책에 대한 무주택 세입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빌라, 오피스텔, 호텔이라도 활용해 아파트에 버금가는 질 좋은 전세를 공급하겠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반발해 갈등이 예상된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임대차 3법 폐지 및 고위공직자 공공임대 의무 거주에 대한 법률'이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관심을 끌고 있다. 전세난의 근본 원인인 임대차보호법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해 공공임대 주택에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지금 발생하고 있는 주택난은 임대차 3법 때문"이라며 "(정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이젠 과오를 인정하고 임대차 3법을 폐지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서의 고위 공직자는 임기 동안 국가에서 그리도 좋아하는 공공임대에 의무적으로 거주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며 "호텔을 개조한 공공임대면 더 좋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요즘 잇따라 논란이 된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발언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은 지난 20일 임대주택 현장에 참석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전세대책이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는 빠지고, 선호가 낮은 빌라, 오피스텔 등 공공임대로만 채워져 여론의 비난을 받자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과 천준호 부단장이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LH주거복지사업 현장을 방문해 시설들을 둘러보고 있다. 2020.11.2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그러나 정작 진 의원 자신도 강동구 고급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 솔베뉴'(전용면적 84㎡)에 전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에는 '임대주택이 그렇게 좋다면서 왜 고급 아파트에 사는 것이냐", "진 의원도 당장 빌라로 이사해라" 등 비난 글이 쏟아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전세대책 직전 "호텔 방을 주거용으로 바꿔 전·월세로 내놓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호텔 전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금의 전세난을 촉발한 임대차법에 대한 언급은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도 종로구 '경희궁자이' 아파트(전용 84㎡)에 9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어 '서민들의 삶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는 전세대책 이후 장관과 차관이 직접 나서 대책의 실효성 등을 강조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9일 전세대책 브리핑에서 호텔 전세에 대한 비난 여론을 언급하며 "호텔 리모델링을 통한 전세 물량 공급은 유럽 등지에서 굉장히 호응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22일엔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매입임대 주택을 방문해 "전세대책으로 제시한 매입임대의 품질을 크게 개선해 아파트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민 대다수는 정부의 이번 전세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얼미터가 2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1%가 이번에 발표된 전세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39.4%에 그쳤다. 특히 주택 '패닉바잉'(공황구매)의 주축인 30대의 부정 응답은 64.1%에 달했다. 긍정 응답은 29.4%에 불과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난 해소의 핵심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공공임대를 전세로 전환하고 빌라 임대를 늘린다고 해서 아파트 중심의 임대차 시장이 안정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