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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보다 사전 예방 중요한데"…통과 앞둔 중대재해법에 中企 '울분'
"처벌보다 사전 예방 중요한데"…통과 앞둔 중대재해법에 中企 '울분'
  • 사회팀
  • 승인 2021.01.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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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최선을 다해 작업자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켰는데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나면 회사 대표가 중범죄자가 된다. 중소기업은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회사가 도산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면 직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되는데 중대재해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경기도 화성에서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K씨)

여야가 오는 8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규모가 작은 제조 중소기업들은 "법이 통과되면 위축된 생산환경으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사라지고 국가 경제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기업 등이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경우 책임자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Δ근로자 한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Δ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두 명 이상 발생하거나 Δ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10명 이상 나오면 사업주를 2년 이상 징역 등에 처하도록 했다. 강한 처벌로 인해 근로자의 안전과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그러나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이같은 법 제정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날을 세웠다.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자금 사정 등으로 모든 사고의 접점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후 처벌보다는 세부적인 현장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백 번 잘 해도 한 번 과실로 범죄자 취급하면 누가 기업 경영하나"

경기도 화성에서 ㈜현대화학공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녕 한국발포플라스틱조합 이사장은 5일 "안전을 중요시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 개선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며 "코로나니 뭐니 해서 국가 전반적으로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얘기까지 나오니 기업가 입장에서는 계속 압박감만 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건축자재용 스티로폼 등을 생산하는 현대화학공업은 기계 설치 과정에서 늘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제조업 특성상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이 기계 설치를 위해 공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우리 회사는 매일 아침마다 직원들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저 또한 법에 따라 안전 교육을 다 이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확실성에 의해 사고가 나면 어쩌란 말인가. 대표가 일과 시간 동안 모든 직원들을 지켜보며 사고 가능성을 막을 순 없지 않나"고 토로했다.

이어 "사후 처벌을 강조할수록 기업가들은 위축되고 경영 의욕이 떨어질 뿐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사정이 안 좋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현장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중장비 부품을 수출하는 알파테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제조보다는 수출에 주력하지만 중장비를 다루다 보니 사고 위험이 늘 존재한다.

유호성 알파테크 대표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고를 전부 대표가 책임지게 된다면 아무래도 점차 직원들에게 위험한 일은 시키지 않을 것이고, 이는 공장의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며 "사업주들이 사업을 축소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게 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가운데)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단체 중대재해기법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12.22 © News1 신웅수 기자

 

 

◇"대형 제조업 만큼 전시 산업도 위험…국회의원들, 현장 한 번 와봤나"

중대재해법에 대한 불만은 제조 현장 외에 다른 업종에서도 터져 나왔다. 서울에서 전시공간을 기획하고 인테리어하는 '자연공간'을 운영하는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늘어날 인건비를 걱정했다.

나동명 이사장은 "전시 산업은 전문건설업으로 분류되는데 일반 건설현장처럼 장기간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 기간 전후로 2~3일 몰아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전시장 부스 설치를 하다 보면 이동식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고 바닥에는 지게차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법 제정이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모든 사고의 책임을 대표가 지라고 하면 우리와 같은 소기업들은 사업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자연스레 고용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고용을 줄이는 법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안전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안전모, 안전화 신는 것과 표시등 착용하는 정도인데 이마저도 작업자들이 불편하다고 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한 쪽의 얘기만 듣고 정책을 추진할 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안전고리의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회는 뭐 하나. 현장에 나와서 필요한 것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11월 30개 경제단체의 공동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에도 국회에서 윤호중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법 제정 중단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