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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따라 널뛰는 국고채 '부담'…'안전핀' 도입 향방은?
나랏빚 따라 널뛰는 국고채 '부담'…'안전핀' 도입 향방은?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1.03.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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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18/뉴스1

"우리 국고채 시장은 올해 발행 물량이 커진 데다가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금리가 일부 영향을 받는 양상이다."(홍남기 부총리, 지난 15일)

"글로벌 금리상승 영향에 더해 국고채 수급 부담도 작용하며 금리 상승,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김용범 기재차관, 23일)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 입에서 우리 국고채 시장의 안정에 관한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연이은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국채 발행물량 증가로 인해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는 물론 국채 시장 대응에 대한 부담도 함께 늘어나는 모습이다.

반면 나랏빚 증가의 '안전핀' 역할을 목표로 한 재정준칙은 국회 논의에 진척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자칫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재정건전화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전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펴면서 최근 국고채 시장 동향 관련 언급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차관은 "국고채 시장은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에 더해 수급 부담도 작용하며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며 "특히 최근 단기물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한때 역전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와 한국은행 대응으로 심리가 다소 진정되고 있으나, 국내외 국채시장 동향에 각별히 유의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의 말대로 최근 국고채 금리는 미 국채금리를 따라 상승 추이를 보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연 1.71%에서 지난 19일 기준 2.10%까지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연 0.91%에서 1.72%까지 치솟았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우리 국고채의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8일 기준 10년물 금리(2.162%)가 30년물(2.145%)을 1.7bp(1bp=0.01%p) 웃돌았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은 만기가 짧은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시간에 따른 불확실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전은 하루 뒤인 19일 장중 정상화됐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보통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 전조로 해석되나 최근 글로벌 경기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복세인 터라 이와는 무관한 현상으로 여겨졌다.

일각에서는 미 국채금리를 밀접하게 따라가는 국고채 10년물과 달리 30년물은 발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또 보험·연기금 수요가 일정하게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차관은 이 같은 시장 변동에 따른 대책으로 '국고채 탄력 발행'을 꼽았다.

김 차관은 "국고채 수급 여건과 수익률 곡선 움직임 등에 따라 발행량을 탄력 조정하는 한편, 변동성 확대 시 관계기관과 긴밀한 공조 하에 적기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는 등 국채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또 만기별 수요에 맞춰 발행 계획을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시장 원리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국고채 시장은 정부가 변동성에 적극 대응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대응 범위도 이미 확정된 발행 물량의 세부적인 조정 등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올해 첫 추경안에는 9조9000원 규모의 추가 국채발행 계획이 담겨 있다. 이는 국채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관련한 재정 당국의 부담도 무거워진다.

주변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경기부양책 통과로 대규모 국채발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에, 천문학적으로 풀린 유동성까지,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널렸다.

그나마 이런 부담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되는 한국판 재정준칙은 법제화가 난망하다.

정부가 작년 10월 발표한 재정준칙 도입안은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또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GDP -3%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고, 한도가 넘어가면 재정건전화 대책을 의무적으로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8.2%,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4.5%(모두 1차 추경안 기준)다.

여권에서는 재정준칙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제출 시점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와중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야당은 반대로 '준칙이 너무 느슨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간극이 크다.

또 정부가 연말 국회에 제출한 법안(국가재정법 개정안) 앞에 수백개 법안이 산적해 있고, 여야 모두 추경안 심사와 보궐선거 등 당장 눈앞의 일정에 집중한 터라 논의 순번을 당길 조짐은 없어 보인다.

전체적인 여야 움직임과 내년 대선 등 굵직한 선거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재정준칙은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장기 계류되거나 심지어는 무관심 속에 폐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한 차례 전례가 있었던 일이다. 지난 2016년 8월 박근혜 정부는 국가채무를 GDP 45% 이내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건전화법을 국회로 제출했으나, 다른 정치적 사안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지난해 4월 20대 국회 종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