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19 07:00 (월)
바닥친 경기, 희망의 깜빡이 켰나?…훈풍 불지만 아직 싸늘
바닥친 경기, 희망의 깜빡이 켰나?…훈풍 불지만 아직 싸늘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1.04.01 0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3.30/뉴스1

"우리 경제가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 "대부분 경제 지표가 우상향…희망의 깜빡이가 켜져 있다."(홍남기 부총리)

최근 수출과 생산, 소비심리를 비롯해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연일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작년 경기위축에 따른 기저효과, 역대급 유동성으로 인해 향후 지표 개선은 거의 확실시된다고 봤다.

다만 지표 개선이 서민경제 체감으로는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고용 한파와 규제 증대로 인한 기업심리 악화 등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장애요인이 여전해 경제 곳곳에 '빨간불'도 함께 켜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공개한 '최근 경제상황 점검' 안건 자료에서 "1분기 우리 경제는 수출·투자 중심으로 당초 예상보다 회복세가 확대되며 연간 3% 초반 이상 성장경로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SNS에서 "대부분 지표가 우상향의 방향을 가리키며 회복해 희망의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다"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경제가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동반성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등 발언을 남겼다.

최근 주요 경제 지표가 증가 또는 상승세인 것은 사실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같은 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전(全)산업생산은 1월보다 2.1% 증가했다. 대부분이 수출 덕분으로, 수출은 1~2월 평균 전년동기 대비 10.5% 늘어났다.

소비 지표 개선 조짐도 엿보인다. 카드 국내 승인액은 12월(-3.9%)과 1월(-2.0%)에는 두 달 연속 감소했으나 2월 전년비 8.6% 증가로 돌아섰다. 소비자심리지수(CSI)도 3월 100.5로 14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넘었다.

2월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비 0.3포인트 올랐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변동치는 0.2포인트 상승,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 백신 접종으로 미국 등 해외에서 훈풍이 불고 있다"면서 "지표 상으로 보여지는 것은 금방 개선될 것이고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추세라는 정도는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5%로 높인지 2개월 만에 동 전망치를 또다시 상향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선진국 회복 전망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표상 움직임이 실제 국내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 교수는 "(최근 지표 개선이) 내수로 반영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고용 등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이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 가려져 있던 저해 요인이 코로나 사태가 걷히면서 함께 치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기업심리 부진 등 우리 경제의 약점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탓에, 앞으로 민생경제의 경기 회복 체감 수준은 낮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특히 올들어 체감경기와 직결된 고용·생활물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 지표가 나아졌다고 해도 이전과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내수를 폭발시킬 만한 자원 요소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표 개선이 수출과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에 집중, 비대칭적인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도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 개선 등은 대부분 수출이 좋아졌기 때문인데 이는 반도체와 화학을 비롯한 일부 수출 대기업이 좋아진 것이지 서민들이 살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근 지표가 희망적이라는 이에게 '정말로 그렇게 느껴지는가'를 거꾸로 물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경제 지표가 작년에 바닥을 쳤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통계상 기저효과가 실제보다 지표 회복세를 부풀리는 '착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해석할 때 비교 대상 지표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IMF가 올해 한국의 성장 전망을 3.6%로 올린 것도 지난해 우리 경제가 -1.0% 성장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체감경기 부진, 비대칭적 회복 가능성을 줄이려면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가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왔다.

우 교수는 "통상 경제 위기 때는 투자 관련 규제들이 풀어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는 지금껏 뉴딜 정책만 있었고 일반적인 기업 활동에 대해서는 규제하는 측면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표를 믿고 정부 지출을 줄이면 안 된다"며 "지출을 보수적으로 하지 말고 지금은 풀 때다. 1930년대 미 대공황 등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위기 시 재정은 조금 과감하게, 지속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