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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추경틀 유지" 홍남기 배수진…與 '1인당 25만원' 흔드나
"현 추경틀 유지" 홍남기 배수진…與 '1인당 25만원' 흔드나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1.07.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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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7.14/뉴스1

"국회가 (전 국민 지원금을) 결정하면 따르겠지?" "그건 그럴 것 같지 않다."(홍남기 경제부총리 16일 국회 질의응답 내용)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지원금' 당론에 반대하며 배수진을 쳤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크게 손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추경 증액이 불가하기에 전 국민 지원에 들어가는 2조~3조원 수준의 추가 소요를 생각하면 소득 하위 80% 지급을 주장하는 홍 부총리에게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전날 고위급 당정 협의회를 열고 2차 추경안의 소상공인 피해 지원금(희망회복자금)과 손실보상 예산 증액에 합의했다.

앞서 국회 산자중기위는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라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단가를 기존 최대 9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대폭 올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도 3조원대인 정부안보다 크게 증액한 5조원대로 의결했다.

소상공인 관련이라면 정부는 정치권 합의를 최대한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희망자금 단가를 최대 3000만원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수준까지는 올리겠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수천억원 수준의 관련 예산 증액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당정이 소상공인 지원 확대라는 기초 방향성에만 뜻을 모았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예산 증액 규모를 얼마로 할지, 재난위로금 성격의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는 소득 하위 80%로 할지 전 국민으로 할지 등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당정은 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따라 최소 수천억원의 추가 소요를 추경안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려면 예산안에 들어간 다른 사업을 감액하거나 전체 추경 총액(약 33조원)을 늘려야 한다. 여당에서는 추경 총액 확대를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반면 정부는 추경 총액을 늘릴 수 없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 이후 기재부 확대 간부회의를 열고 "정부의 추경 틀이 견지되도록 하되, 방역 수준이 강화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소상공인 피해지원 보강, 방역지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추경안 총액을 정부안 대로 가져가면서 사업 조정을 거쳐 소상공인과 백신·방역 예산은 늘릴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여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지원금이나 추경 총액 증가는 받을 수 없다는 '배수진 격' 발언으로 풀이된다.

의미심장한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6일 국회 기재위에 참석해 "국회가 (전 국민 지원금을) 결정하면 따르겠지"라는 여당 의원의 물음에 즉각 "그건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맞받았다.

그보다 앞서 기재위에서는 "(재정 운용이) 그렇게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여당의 반발을 샀다.

여당은 끝내 추경 증액이 불가하다면 재난지원금 지급액을 1인당 25만원에서 20만~22만원 수준으로 축소하고, 국채 상환(2조원)·카드 캐시백 사업(1조1000억원)을 철회한 뒤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마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선다. 정부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안 원안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추가 소요 반영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와 정부가 계속해서 배수진을 친다면 국회로서는 추경을 증액할 길이 없다. 정부는 국회에 대한 예산 증액 거부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의 금액을 높이거나 새 비목(費目·비용 명세)을 추가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처럼 칼자루를 거머쥔 홍 부총리는 거대 여당에 끌려다니면서 '예스맨'으로 불렸던 과거로부터 탈피하는 모습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전 국민 지급은 재정 효율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올초 1차 추경 때와 마찬가지로) 직을 걸고 반대를 이어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물론 여당은 아직 전 국민 당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고위 당정청 모두발언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전 국민 지급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여야가 2차 추경안 통과 목표 시점으로 삼은 오는 23일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