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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양경수 구속영장 집행에 '신중'…8년 전 김명환 데자뷔 될라
경찰, 양경수 구속영장 집행에 '신중'…8년 전 김명환 데자뷔 될라
  • 사회팀
  • 승인 2021.08.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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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경찰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입주 건물 앞에서 영장 집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8.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경찰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섰다. 민주노총에서는 경찰이 수색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의 진입을 저지했다.

양 위원장은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10월에 있을 총파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민주노총 지도부 구속에 애를 먹었던 사례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오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에게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지난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 위원장의 소재가 공개된 셈인데 경찰은 경향신문사 건물 밖에 집결해 구속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수색영장 없이도 타인의 건물에서 피의자를 수색할 수 있도록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216조를 언급하며 구속영장 집행에 협조할 것을 민주노총에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측은 "구속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면서 "2013년에도 경찰이 (수색영장 없이) 민주노총을 침탈하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막아섰다.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는 2013년 12월28일 오후 경찰들이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있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 앞을 지키고 있다. 경찰 체포 우려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노총 사무실에서 영상 연설을 한다. .2013.12.28/뉴스1

 

 

이는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을 주도한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 수색 사례를 말하는 것으로, 당시 경찰은 김 전 위원장을 찾기 위해 경향신문사에 있는 민주노총에 침입했으나 결국 김 전 위원장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당시 의경이 민주노총 사무실의 커피믹스를 가져가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피믹스 가지러 공권력을 동원했나'는 대중의 조롱과 건물 현관 유리창이 깨지고 최루액 범벅이 된 경향신문사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경찰은 김 전 위원장이 자진 출두하기 전까지 약 30일 동안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올해 5월 대법원은 이 일을 두고 체포영장이 있더라도 수색영장 없이 체포 대상자의 소유가 아닌 타인의 건물에 들어온 경찰 행위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들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경찰이 김 전 위원장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속영장 집행은 신중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6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절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약 6개월 만에 경찰에 출두했다. 경찰 출두 직전 한 전 위원장은 조계사에서 25일간 은신하며 경찰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양 위원장 구속을 시도하다 빈손으로 물러난 경찰 측은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다시 한번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양 위원장의 구속영장 집행 절차를 위해 통신영장과 수색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양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위원장도 법과 제도를 따라 신변문제를 판단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 드린다"면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자신이 구속에 응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 전 위원장도 조계사 은신 당시 "정부가 노동 개악을 강행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자진출두 할 것"이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신도들의 퇴거 요청 등으로 인해 조계사를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