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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최소 605조원…재정건전성 악화, 새정부에 큰 짐
내년 예산 최소 605조원…재정건전성 악화, 새정부에 큰 짐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1.08.2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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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내년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해 605조원 전후가 될 전망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도 '슈퍼예산'으로 편성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

25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당정은 2022년도 예산안을 올해 지출 예산 수준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안을 합친 정부 지출은 604조9000억원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2022년도 예산안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은 확장재정 흐름에 의해 편성됐다"며 "604조원 전후로 (정부가) 편성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예산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604조9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되더라도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대비 8.4%의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2019년(9.5%), 2020년(9.5%), 2021년(8.9%)에 이어 4년 연속 8%대 예산 증가율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 400조원대던 본예산은 5년만에 600조 시대를 열게됐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400조5000억원이었던 본예산은 2020년에 51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2년만에 600조를 돌파하며 예산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문제는 급격히 늘어난 지출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 2019년 37.7%, 2020년 44.0%로 치솟은 뒤 2021년 현재는 47.2%(2차 추경 당시 추계)까지 올랐다.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에서 2019년 723조2000억원, 2020년 846조9000억원으로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났고, 올해는 2차 추경을 거치면서 963조9000억원까지 확대됐다. 내년 예산안이 600조 이상으로 확정될 경우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국면'의 장기화로 인한 확장재정의 불가피성을 고려하더라도 600조원이 넘는 본예산은 무리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적 여력을 남겨뒀어야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예산은 이번 정부가 쓸 예산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예산을 가능한 최소화해야한다고 본다"면서 "5월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전 정부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지 않는한은 새로운 정책에 따른 예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전 정부가 편성해놓은 예산을 수정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렇게된다면 결국 지금 시점에서 600조원을 넘기는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내년에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경 등의 예산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이미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예산 증가폭은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재정건전성 악화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난 4년간 계속 축적된 문제"라며 "결국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게 적지 않은 짐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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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확장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재정건전성도 놓지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내년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호조'를 전망하면서 지출을 늘려도 재정건전성이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세수만으로 급격히 늘어난 지출 규모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결국 세출 규모를 조절해야만 늘어난 세수도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교수는 "재정적자는 3%까지가 마지노선인데 최근에는 6%대까지 가고 있다"면서 "세출 삭감 자체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지만, 당장의 재정적자를 3~4%대로만 줄이는 계획만 실행해도 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이 기준이 넘으면 재정건전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소영 교수는 "그동안은 재정준칙이 없어도 상한선을 지키는 방향이 유지됐는데, 최근 몇년간의 추세는 그렇지 않다"면서 "결국 국회나 정부가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재정준칙 도입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도 "이번 국회에서도 결국 군불만 떼다 마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는데, 최소한 내년 대선 이후로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처음부터 강력한 준칙을 마련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실행력과 구속력을 갖춘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교수는 불경기와 고용난 등 '포퓰리즘 정책'을 부추기는 사회 상황이 선결돼야만 재정준칙의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서민들이 사는 것이 어렵다보니 재정을 앞세운 '포퓰리즘' 공세를 수용하게 된다"면서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재정준칙의 도입도, 도입되더라도 제대로 된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