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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속 피해자들…디지털성범죄 예방·척결 위장수사 불가피"
"지옥 속 피해자들…디지털성범죄 예방·척결 위장수사 불가피"
  • 사회팀
  • 승인 2021.08.3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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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장(54·총경)이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8.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은 "지옥 속에 산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이들은 벼랑 끝에서 한 가지를 간절하게 바란다. 성 착취물이 더는 유포되지 않고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기를 말이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약점으로 잡아 영혼을 파괴하는 디지털성범죄는 살인행위나 다름없다는 게 경찰 수사관들의 말이다.

◇"위장수사, 범행 의지 꺾을 것"

"위장수사 허용 시 가장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가 바로 범죄 억제력입니다. 온라인상 성착취물을 유통 거래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상대가 경찰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범행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최종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범죄수사과장(54·총경)은 지난 26일 서대문구 미근동 국수본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자신했다. 다음달 24일 본격 시행 예정인 위장수사가 '디지털성범죄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박사방과 n번방 사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였습니다. 디지털성범죄는 모조리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수사가 잘돼야 합니다. 위장수사가 필요한 이유지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법의 이름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이다. 입법 논의의 발단은 '박사방''n번방' 사건이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구속 수감)은 공범들과 함께 미성년자 등 피해자 90여명을 협박해 제작한 성착취물을 박사방에 공유하고 유포·유통·판매했다. 문형욱(26·구속수감)이 개설한 n번방은 텔레그램 성범죄의 시초격이다. n번방에서 시작된 텔레그램 성범죄는 박사방을 통해 본격적으로 확산한 셈이다.

박사방과 n번방의 실체가 지난해 드러나면서 입법 논의가 활발해졌고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한 후 다음달인 3월 공포되며 위장수사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위장수사는 의미 그대로 신분을 속인 채 수사를 하는 것이다. 요컨대 텔레그램 등 디지털 공간에서 구매자인 척 성착취물 판매자에게 접근해 증거를 확보하는 식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가운데)© News1 DB

 

 

최 과장은 "위장수사에는 신분비공개 수사와 신분위장 수사가 있다"며 "신분 비공개 수사는 경찰관임을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면서 범인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고, 신분위장 수사는 위장을 위한 문서를 제작해 수사에 활용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위장수사하다가 '피의자' 되기도"

그동안 판례에 근거해 위장수사를 벌였으나 불법 논란이 따라 붙었다. 법으로 보장되지 않아 위장수사를 진행한 경찰관이 범인이나 그 가족의 신고·진정으로 되레 피의자가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최 과장은 "다음달 24일부터 위장된 신분으로 아동 성착취물을 계약 거래해 수사하는 방식을 법률로 인정하기 때문에 앞으로 범인 검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관 40명은 다음달 6일 전국 시도경찰청에 배치해 사전 교육을 받고 24일부터 수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결격 사유가 없는 수사 경력 2년 이상 인력을 대상으로 선발했습니다. 지원자도 받았지요. 디지털성범죄를 대상으로 한 수사인 만큼 지원자의 정보기술(IT)분야 전문성도 살폈습니다."

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지만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최 과장은 "위장수사를 남용하면 피의자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와 같은 우려 때문에 제도를 촘촘히 설계해 위장수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신분비공개 수사를 하려면 일단 상급 수사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또 신분 비공개 수사가 종료되면 경찰청 심의·의결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분위장 수사를 하려면 검사의 청구를 거쳐 판사가 승인을 해야 합니다. 특히 법원의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위장 수사를 사법적으로도 통제한다는 의미지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인권침해 우려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성범죄의 이유는 결국 돈"

경찰대 출신인 최 과장은 Δ강력반장 Δ조사계(현 경제팀) 실무조사관 Δ형사과장 Δ시도경찰청 수사과장 Δ경찰서장 Δ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사이버범죄수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워마드 사태''양진호 웹하드 불법행위''손정우 아동 성착취 사이트''n번방''박사방' 등 디지털 범죄 사건을 수사하거나 지휘한 그에게 "가장 보람있는 일은 무엇이냐"고 묻자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권의 입법화에 기여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8.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최 과장은 "사이버수사과장 부임 초기 피의자가 범죄수익으로 올린 재산을 환수하는 '추징보전 신청권이' 경찰에 없어 깜짝 놀랐다"며 "이런 문제를 국회에 알려 법안발의가 되도록 노력했고 실제로 관련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주빈 사례에서 나타나듯 디지털성범죄의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범죄수익을 환수하면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제도 개선에 보탬이 됐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