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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만~7만회분 잔여백신 폐기 위기…"숨은 수요자 찾아라"
하루 5만~7만회분 잔여백신 폐기 위기…"숨은 수요자 찾아라"
  • 사회팀
  • 승인 2021.08.3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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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가 18~49세 연령을 대상으로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하면서 잔여백신 물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잔여백신은 접종을 위해 이미 바이알(병)을 개봉해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렵고 개봉 당일 소진하지 않을 경우 폐기해야 해 활용방안도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백신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잔여백신을 전부 활용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비록 많지는 않아도 잔여백신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계속 열어둘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50대 이상 미접종자 상당수…4분기에나 접종 가능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잔여백신 활용방법으로는 아직까지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못한 미접종자들에게 접종 기회를 앞당겨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방역당국은 50~70대 연령층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90%를 넘었고, 18세 이상의 백신 1차 접종 참여율이 80% 이상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50대 이상 미접종자 수도 상당하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해 한달여만인 지난 28일 끝난 50대(50~59세) 연령층 1차 접종률은 누적 84.5%를 기록했다. 대상자인 724만1202명 가운데 613만7869명이 예약했고, 실제 611만9835명이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연령층은 주어진 기간 내에 예약과 접종해야 하는 대상군이라 110만여명의 미접종자는 전 국민에 접종 기회가 모두 돌아간 뒤인 10월쯤에 다시 추가 접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60~74세 미접종자도 13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 역시 4분기에나 접종 계획이 잡혀 있다.

18~49세 백신 접종 예약률도 예약률도 68.6%에 그쳤다. 앞서 백신 접종을 받은 인원을 합해도 82.7% 수준으로 380만명 정도가 미접종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은 우선 전체 국민들의 70%에 해당하는 3600만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한 뒤 4분기에 미접종자들에 대한 추가 접종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백신이 남아 폐기하는 상황에서 굳이 이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2개월 가까이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계획대로 추석 연휴 전까지 70% 1차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한명이라도 백신 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숨은 수요자 찾아야…장기적으로 '잔여백신 불필요' 주장도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0일 "폐기되는 백신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까지 20~40대 중 백신 접종을 앞당겨 받으려는 사람들이 주로 신청했는데 이 연령대에 대한 접종이 시작되면서 잔여백신 신청자가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적인 상황으로 백신접종에서 빠졌던 사람들을 위해 고려해 잔여백신 접종은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1차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등의 이유로 2차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던 분들처럼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을 받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잔여백신을 통해 교차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50~60대 및 고령 미접종자들에 대해선 "부작용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거부했던 사람들은 잔여백신을 통해 다른 백신을 접종 받겠다고 하면 바로 접종할 수 있도록 풀어줄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잔여백신의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잔여백신 접종은 계속 열어 놓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백신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잔여백신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접종을 못한 사람들에게 (잔여백신 예약을) 계속 열어두는 것은 괜찮다. 다만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그런 인구 자체가 지금 많이 줄어들고 있어 장기적으론 (잔여백신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4분기 코로나19 백신 일정을 앞당겨 접종을 실시하는 것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1차 접종과 2차 접종 간격도 있고 현장에서 몇 회분 나올 것으로 미리 예상해서 백신 접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렵다는 이유다.

◇잔여백신 계속 늘 것…기간 내 소진 못하면 폐기 원칙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백신 접종 인구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잔여백신 접종자는 줄어들 확률이 크다. 전문가들 또한 백신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잔여백신을 억지로 소모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잔여백신 활용은 초기 백신이 부족했던 상황때문에 사용했던 고육지책"이라며 "통상적으로 다회 용량 바이알에 있는 약제는 사용할 만큼만 사용하고 그 기간 안에 소진시킬 수 없으면 버리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백신 공급이 어렵고 접종 희망자가 많은 상황에서 백신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면 잔여백신을 굳이 쓸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엄 교수는 또한 "접종위탁기관은 백신접종 관련 예약, 수정 등 현장에서 처리할 일이 많고 복잡하다. 위탁의료기관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다보면 오접종사고가 또 나올 수 있다"며 일선 의료기관의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국내 전여백신 접종자 수는 모두 354만8765명으로 29일 하루동안 잔여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은 5만632명이다. 지난 27일 0시 기준 전날 하루 잔여백신 접종자는 7만7513명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5만~7만여회분의 잔여백신이 고스란히 남아 폐기처분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5월 27일부터 백신 종류별 잔여백신 누적 접종자 수는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접종자가 123만9430명, 화이자 백신은 157만8329명, 얀센 46만1818명 그리고 모더나 잔여백신 접종자 수가 26만918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