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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세수추계로 슈퍼예산, 괜찮다고?…5년새 나랏빚만 400조↑
'장밋빛' 세수추계로 슈퍼예산, 괜찮다고?…5년새 나랏빚만 400조↑
  • 김용안 기자
  • 승인 2021.09.0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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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정부가 사상 첫 600조원을 넘긴 '슈퍼예산'을 편성하며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갔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디지털·저탄소 등의 경제전환,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부는 지출 증가에도 내년 이후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호황으로 재정 수지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4년만에 지출이 200조 이상 늘어나고 국가채무가 1000조를 넘기는 등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의 '장밋빛' 세수추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에 더해, 전망이 그대로 실현된다해도 재정 팽창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2년도 예산안과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예산안은 이달 3일 국회에 제출된다.

◇文정부 5년만에 본예산 600조 시대…국가채무는 1000조 돌파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60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558조원) 대비 8.3% 증가한다. 이에 따라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에 이어 내년까지 4년 연속 8%대의 예산 증가율로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현 정부 출범 당시 400조원대던 본예산은 5년만에 600조 시대를 열게됐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400조5000억원이었던 본예산은 2020년에 51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2년만에 600조를 돌파하며 예산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다만 새정부가 들어서는 2023년부터는 4~5%대의 증가율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에서 2019년 723조2000억원, 2020년 846조9000억원으로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났다. 내년 예산이 사상 첫 600조원을 돌파하면서 국가채무 또한 사상 처음으로 1000조를 넘어선 1068조300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만큼 내년에도 확장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엄중한 코로나 방역이 지속되고 있고 위기 극복, 경기 회복, 격차 해소, 미래 대비를 위한 재정수요가 중요한 만큼 확장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지출 늘리지만 재정 수지는 개선?…경기회복에 '세수 급증' 전망

정부는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면서도 재정 수지는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여건 개선으로 인해 국세 수입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대비 7.8%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추계에 따르면 올해 2차 추경 기준 90조3000억원이던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55조6000억원으로 줄어든다. GDP 대비 비율은 -4.4%에서 -2.6%로 개선되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내년 국세수입 증가분(24조원) 중 대부분인 15조원은 경기회복에 따른 법인세·부가가치세의 증가분으로 예상된다"면서 "IMF 위기나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대가 큰 폭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장밋빛' 세수전망 실현돼도 문제…"재정준칙 도입 시급"

그러나 이같은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까지도 세수 추계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갑자기 널뛰듯 달라진 전망을 했다"면서 "여전히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이전 경제위기 상황에 비춰 큰 폭의 세수 증가를 전망하는 것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에 세수가 증가한다 해도 그것이 지출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일지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면서 "설령 정부의 전망대로 세수가 크게 증가한다고 해도 그것 자체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꼬집었다.

세수 증가분을 차치하더라도 불과 몇년 사이 빠르게 늘어난 재정지출과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이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국면에 많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그 이전부터 9%대의 증가율을 보였다"면서 "여기에 작년부터는 매년 슈퍼예산을 편성한 뒤 추경까지 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이러한 추세라면 나랏빚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재정건전성 악화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난 4년간 계속 축적된 문제"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부터 갑작스럽게 지출 증가폭을 줄이는 것 또한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이 기준이 넘으면 재정건전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소영 교수는 "그동안은 재정준칙이 없어도 상한선을 지키는 방향이 유지됐는데, 최근 몇년간의 추세는 그렇지 않다"면서 "결국 국회나 정부가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재정준칙 도입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도 "이전까지는 재정준칙을 만드는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면 현 시점에서는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재정준칙이 논의된다면 실질적인 집행, 제어가 가능한 수준의 법제화가 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