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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여성 목소리→급히 끊은 전화→10분 뒤 취소…'코드 제로'였다
다급한 여성 목소리→급히 끊은 전화→10분 뒤 취소…'코드 제로'였다
  • 사회팀
  • 승인 2021.11.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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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이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 문화 마당에서 열린 '112 창설 64주년 기념 소통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2021.11.2/뉴스1

'딩동!'

자리에 앉자마자 알림음이 울린다. 어김없는 하루다. 박진우 송파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사는 신고를 접수한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신고자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였고 전화를 급히 끊었다.

'코드 제로구나.' 박 경사는 직감했다. '코드 제로'란 강력범죄로 의심돼 긴급 출동해야 하는 사안이다. 박 경사는 총력 대응 지령을 내렸고 신고 내용을 전파했다.

그러나 10분 뒤 또 한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말다툼을 하다가 그만… 해결됐네요"라는 내용의 신고 취소 문자였다.

"큰일인 줄 알았는데 해결돼 다행이네." 박경사는 속으로 안도했다. 취소 버튼을 누르려 했다. 그러나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분명 다급한 목소리였는데 어떻게 10분만에 해결됐던 거지……

그는 즉각 신고자에게 연락했으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신고자가 불러준 주소지도 정확하지 않았다.

박 경사는 신고 당시 녹취록을 반복 재생하며 신고 장소로 추정되는 세 곳을 특정했다. 그는 휴대전화 가입자 대상 통신 수사를 의뢰했다. 강력팀은 특정된 주소로 출동했지만 가입자를 찾지 못했다. 그는 오래전 이사를 한 상태였다.

집주인에게 그의 소재를 캐물었다. "가입자가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노래방 업주와 연락이 닿았는데 현재 그 휴대전화는 본인이 아닌 남자직원이 사용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신고자는 감금당하는 중이었다. 그는 해당 노래방 직원과 말다툼하던 도중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고 감시가 소홀한 틈에 직원의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는 재빨리 휴대전화를 빼앗아 피해자인 척 경찰에 신고 취소 문자를 보냈다.

당시 박 경사가 취소 버튼을 눌렀으면 어땠을까. 박 경사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신고 취소를 접수해도 끝까지 확인하자"고 다짐했다.

박 경사 사례는 경찰청이 발간한 '112우수사례 모음집'에서 첫 번째 사례로 소개됐다. 매일 같이 울리는 신고음에 허위 신고도 적지 않다.

그러나 112경찰관은 신고자의 목소리에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소리를 통해 상황을 감지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소리로 보는 사람들'이라고 불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 순간에도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든든한 비상벨이 되는 전국의 112경찰관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