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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다 싫다' 2030 속내는…갈 곳 잃은 청년 표심
'이재명·윤석열 다 싫다' 2030 속내는…갈 곳 잃은 청년 표심
  • 정치·행정팀
  • 승인 2021.11.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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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뉴스1 DB) 2021.11.5/뉴스1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는 여의도에서는 '내년 대선의 향배는 20~30대 표심에 달렸다'는 말이 명제처럼 통용된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계기로 중앙 정치 전면에 등장한 청년층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또 한 차례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이준석 돌풍',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의 '무야홍 바람' 중심에는 20~30대가 있었다.

하지만 8일 현재 2030 세대는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있다. '비호감 올림픽'이라는 조롱 속에 시행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무당층'과 '지지후보 없음' 응답 비율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효능감은 높은데 마음을 둘 곳 없는 '정치 낭인'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재명도 윤석열도 싫고 그렇다고 그 밖 대선 후보들을 지지하는 것도 아닌 2030 세대는 무슨 생각일까.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닌데"…기대감과 배신감의 반복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배신감.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2030세대는 우리 기성 정치권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한국 유권자들은 일반적으로 좌파 정당에게는 도덕성을, 우파 정당에겐 실력을 최후의 보루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각 진영의 대표 정당 얼굴로 우뚝 서면서 이 두 개의 축이 동시에 무너져내렸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과거 친형 강제입원 논란, 최근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에 휩싸여있고 윤 후보는 정계 입문 4개월차 정치 신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도권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는 "이준석에 젊은 남성들이 열광했던 것은 내 목소리를 드디어 말해주는 주류 정치인이 나타났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이게 유권자로서 큰 걸 바라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정말 딱 그것 하나 해달라는데 그걸 못해준다'는 실망감"이 각종 여론조사상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로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을 때까지만 해도 높았던 청년 지지도가 윤 후보의 입당을 계기로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새 정치'를 하는 신선한 대안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이 윤 후보의 이른 입당으로 사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마음 둘 곳 없어진 청년층 앞에 나타난 인물이 홍준표 경선 후보였다. 5선 중진인 홍 의원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깨질 계기는 아직 없었고, 홍 의원의 직설적인 화법이 청년층에게 '겉과 속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홍 후보가 낙선하고 국민의힘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탈당 인증 글이 수 십 건 올라왔다.

◇'스윙보터' 세대, 이념보다는 이익 좇아 진보·보수 넘나든다

청년층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에 민감한 실용주의적 유권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에 20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수도권 30대가 거친 불만을 쏟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바꿔 말하면 정치 이념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에 따라 표를 던진다는 뜻이며 이게 젊은층에서 부동층(스윙보터) 비율이 높은 이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바로 이 점 때문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충성도와 지지도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제 막 대결구도가 확정됐는데 후보에 대한 지지는 지금은 없을 수밖에 없다. 진보 혹은 보수라는 정도의 정체성은 있겠지만 그것 역시 각 진영의 대표 정책 공약에 따라 쉽게 바뀐다"고 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2~4일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 혹은 '유보'라고 답한 비율은 18~29세에서 64%, 30대에서 47%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청년층이 불특정 다수와 익명 소통에 익숙하다는 점도 이 같은 특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안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나 에피소드를 날 것의 언어로 실시간 표출하는데 이것이 빠르고 강한 동조현상을 낳고 때론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쉽게 넘나든다.

지난달 국민의힘 경선 TV토론회가 진행될 때 보수층 2030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 커뮤니티에는 토론회에 대한 반응이 시시각각 날 것 그대로 올라왔다. 분 단위로 댓글 수 십개가 달렸다. 지난 5일 윤 후보가 당선된 뒤 같은 커뮤니티에는 '탈당'을 인증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뽑겠다고 적은 글도 다수 올라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30대야말로 손에 잡힌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무섭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효능감은 여전…피부에 닿을 공약 내걸어야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며칠 전 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 안하고 싶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그래도 투표는 하셔야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이 비호감 올림픽이라는 조롱에도 젊은층 투표율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하고 읽어볼 것을 권했다.

윤석열 후보 측은 이날 2030세대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평소 당원 증감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당 관계자가 밝혔다"며 '탈당 러시'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준석 대표는 즉각 "지난 주말 수도권에서만 1800명이 넘는 탈당이 있었고 탈당자 중 2030 세대 비율은 75%가 넘는다"며 "그렇게 2030을 조롱해서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청년층의 피부에 닿는 공약을 개발하고 공정과 같은 핵심 가치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한 대담 프로그램에서 "2030 젊은 세대는 대한민국에서 교육 수준이 가장 높기 때문에 (후보들이) 헛소리를 하면 믿으려고 하질 않는다"며 "한국이 당면한 여러 문제 중 하나라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중도층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