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2-09 07:53 (목)
가상자산 '과세 연기' 기류 커져…'이재명 vs 홍남기' 당정갈등↑
가상자산 '과세 연기' 기류 커져…'이재명 vs 홍남기' 당정갈등↑
  • 정치·행정팀
  • 승인 2021.11.15 07: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뉴스1

가상자산 과세 계획을 둘러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충돌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3년으로 1년 미루자는 의견이 여야 모두로부터 나오고 있는 만큼, 과세 연기 관측은 정치권에선 이미 지배적인 상태다.

15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한다.

현재 기재위에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과 윤창현·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법안(소득세법 개정안)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낸 2년 유예안 등이 발의돼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2022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기본 공제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소득세율 20%(지방세 포함 22%)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과세 시점 연기와 함께 '공제 한도 상향'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가상자산 과세 공제 한도가) 너무 낮아서 합리적인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며 "대폭 상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 여당은 노웅래 의원 등을 필두로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을 2023년부터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쳐, 총 5000만원까지 공제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실현된 모든 소득에 과세를 실현하는 세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주식과 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에서 나온 소득의 경우 250만원 공제하고, 국내 상장주식은 5000만원 공제하게 된다. 세율은 3억원 이하까지 20%, 3억원 초과분 25%을 적용한다.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을 이 금융투자소득에 포함한다면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은 일부 20·30 세대의 경우 많으면 1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여야가 합의해 가상자산 과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 할 경우, 정부가 실질적으로 이를 저지할 방도는 없다.

하지만 경제 부처를 총괄하는 홍 부총리는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법을 개정해야 할 문제인데, 여야가 합의해 정부 의사와 관계 없이 개정하겠다면야 정부가 반대 입장을 내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과세가 준비돼 있는데 정부를 보고 유예에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입장을 확실히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정치권의 가상자산 유예 압박이 심해지면서 홍 부총리가 보다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1.9.24/뉴스1

 

 

홍 부총리는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현재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조차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예컨대 지난달 20일 국감에서 유경준 의원은 홍 부총리를 향해 "지난해 국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가상자산을 통한 탈세·탈루, 자금 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당시 기재부 차관이 과세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는 말을 듣고 결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지난 8일 기재위 회의에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의 가상자산 세금 징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하는데, 자신 있느냐"는 물음을 내놨다.

이에 홍 부총리는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에) 자신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준비 부족'을 근거로 한 정치권 공세는 계속된다.

이재명 후보는 앞선 SNS 글에서 "현장과 전문가의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보는 것이 적정한지, 손실은 이월하지 않으면서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지, 해외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경우 부대비용은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지, 개인 간 P2P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준비하고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조세의 기본은 신뢰"라며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치권은 다양한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 연기를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임기 말 레임덕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나아가 차기 대선 정국에서 청년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여당의 과세 유예 주장은 대선 앞 젊은 MZ세대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매우 좋지 않은 선례이지만 기재부만으로는 당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라며 "청와대가 나서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