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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인심 살아있는 하숙마을 활용해야”
“수원인심 살아있는 하숙마을 활용해야”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8.06.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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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동 노송하숙마을 ┃ 최해경 운영위원장

장안구 파장동 옛 1번 국도변 노송지대를 막 지나면 단독주택이 밀집된 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집집이 입구에 ‘○○하숙’ 등 하숙집이름을 새긴 작은 돌출간판이 이색적이다. 1983년 연수를 받으러 온 지방 공무원들이 찾아오면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하숙촌을 이룬 ‘노송하숙마을’이다.

전국 공무원들 사이에 꽤 유명한 노송하숙마을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해경(53·여) 씨. 39개 하숙집(350여실)에서 연간 5억여원의 숙박매출을 올리고 있다.

요즘 들어 최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하숙촌 존립 근간이 되는 각종 공무원 연수시설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내부 숙박시설을 갖추면서 앞으로의 운영 계획이 막막하기만 하다.

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노송하숙마을 건너편에 지방혁신인력개발원과 경기도 인재개발원, 세무공무원교육원 등의 연수시설이 들어섰지만, 2012년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이 지방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앞서 몇 해 전 교육공무원 연수기관도 서울로 이전했을 때도 마음고생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기업체 단체 연수생이나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과 연계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수년간 하숙을 하며 쌓은 노하우를 수원시 문화관광에 접목시킨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최 위원장은 “한국인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직접 손으로 담그고 요리한 정겨운 음식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곳 노송하숙마을이야말로 살아있는 화성체험관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수원시가 28억원이나 들여 건설 중인 사랑채는 사실상 시설이 잘 갖춰진 ‘모텔’에 불과하지만, 화성을 축조하도록 한 정조의 효심이 서려 있는 노송지대에서 묶는 하룻밤이 보다 의미 깊다는 것이다.

특히 노송하숙마을은 지역의 여건을 살려 지역주민들의 수익을 창출한 모범적인 사례로, 수원화성과 연계한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면 지자체와 주민 모두 ‘윈-윈’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 사람이 잠자고, 아침과 저녁 식사를 먹어도 1주일에 15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호텔처럼 시설이 화려하고 편리하진 않지만, 정겨운 인심과 넉넉한 손맛이 있어 수십 년간 단골이 있을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할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다. 시에서 기초적인 생활 외국어를 교육한다고 해도 평균연령이 55세를 넘는 하숙집 주인들이 하루아침에 외국어 말문을 트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 위원장은 복안으로 주말 수원화성을 찾는 전국의 나들이객들에 주목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사랑채처럼 시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하숙마을과 연계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에게도 보탬이 되는 사업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