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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원의 중심 팔달산을 화성처럼 복원하자
[기고]수원의 중심 팔달산을 화성처럼 복원하자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9.05.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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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회 이윤필 의원

▲ 이윤필 의원(매탄1·2동, 원천동)
우산에 부딪는 빗소리 장단이 팔달산의 역사 탐방 길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었고 아련한 옛 추억을 회상하면서 오랜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주말이었다.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이틀 연속 내리는 보슬비는 팔달산을 충분히 적시고 조용한 미소와 담소 속에서 우리 일행의 마음도 어느새 흠뻑 젖어가고 있었다. 지척에 있음에도 참 오랜만에 올라와 보는 팔달산의 아름다운 정경과 풀 냄새는 도심 속 한가운데 오아시스 같은 보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원에 팔달산이 없었으면 화성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천혜의 감지고지역할을 할 수 있는 팔달산이 있었기에 행궁이 들어설 수 있었고 축성을 할 수 있는 지역성과 그 시대의 상황과 역사성이 있었을 것이며 정조의 왕권확립을 위한 이 나라 최초의 신도시 계획으로 만들어진 수원 화성이다.
그런데 팔달산이 이렇게 망가져 가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수려했던 팔달산의 경관은 온데간데 없었다. 기계충을 앓다가 탈모가 난 것처럼 흉물스런 서장대 주변의 장송이식은 끔찍하고 참담할 지경이었다. 서장대가 온통 알몸으로 드러난 것이 과연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던 것인지, 그 오랜 세월의 풍운을 이겨내고 멋지게 자란 소나무를 행궁을 바라보고자 팔달문 주변을 보고자 베어 냈다는 그 발상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성신사 밑 절개 면에 항아리단지는 어찌 된 일인가. 누가 어떠한 연유로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지나가는 모든 행인들이 혀를 차고 있었다. 본래 장독은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있어야 하는데 숲 속 경사지를 계단 형으로 절토해서 자연훼손과 함께 늘어놓은 항아리는 부자연스러웠다. 항아리의 멋은 둥근 타원형의 곡선미를 직하로 내려다보는 것보다는 약간 올려다보는 여유로운 배 흘림의 제멋이 아니었던가. 항아리의 멋도, 팔달산의 경관도 살리지 못한 채 빈 항아리에는 이를 비난하는 이들의 원성의 목소리만 채우고 있었다. 갈수록 태산이란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인가 싶었다.

요 며칠 내린 비에 잘려나간 팔달산 일대의 토사가 흘러내리진 않을지 근심을 한가득 않고 팔달산 홍난파 시비에서 남문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탈진 경사지에서 화성을 둘러보는 관광객과 차량이 뒤엉켜 좁은 길을 위험천만하게도 동행하고 있었다.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선 보행환경 개선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왠지 마음 한구석을 씁쓸하게 했다. 모처럼 팔달산 나들이에 연거푸 탄식이 흘러나왔다.

팔달산이 언제부터 이렇게 문명의 이기 속에 잠식되어 버렸는가. 산 중턱까지 무분별한 개발과 훼손이 어찌 사유지뿐이겠는가. 경기도청이 그러하고 학교부지와 시민회관, 도서관, 병무청, 각종 시설부지가 앞다투어 산허리를 할퀴고 깔아뭉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화성을 들고 있는 팔달산은 수원의 중심이자 자존심이다. 수원의 정체성과, 지역성, 역사성을 바로 세우고 아름다운 경관자원을 보존하려면 화성의 복원만큼 팔달산의 복원도 시급하다고 느낀 하루였다. 무관심 속에 피어나는 송화는 송홧가루의 흔적으로 꽃의 존재가치를 알려주듯 상처입은 팔달산의 무분별한 난개발이 다시금 푸르고 건강한 아름다운 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시의원 한 사람의 목소리보다 110만 수원시민의 염원이 담긴 한 마디 한 마디가 팔달산의 수려한 경관을 되살리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