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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세사람의 만남3
동시대 세사람의 만남3
  • 수원신문
  • 승인 2003.08.21 00:00
  • 호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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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협객 백동수3/평생의 벗이자 처남 매부사이, 이덕무
백동수가 처음 이덕무(1741~1793)를 만난 때는 대여섯 살무렵인 것같다. 이덕무는 조선 2대 임금인 정종의 서자 무림군의 후손으로 정5품 통덕랑을 지낸 이성호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처음부터 이덕무와 백동수는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다. 백동수가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몸집이 큰 데 비해 이덕무는 야윈 편이었다.

성격도 전혀 달라 백동수는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고, 이덕무는 책을 좋아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둘은 잘 어울렸다.

두 사람의 관계는 1756년 백동수가 열네 살되던 해, 두 살 위 누이가 이덕무와 결혼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백동수의 부모가 가난한 집안의 장남인 이덕무를 흔쾌히 맏사위로 맞아들인 것은 일찍부터 두 집안이 친하게 지낸 데다가, 이덕무의 성실함과 총명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동수의 할아버지 백상화는 손녀사위가 된 이덕무에게 장검 한 자루를 선물로 주었다.

몸이 허약한 손녀사위가 기백을 길러 강건한 인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백동수와 이덕무는 집안에서는 깍듯이 예를 차려야 할 처남 매부 사이였지만, 대문을 나서면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동무였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이덕무가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우정을 이어갔다.

같은 서얼 출신에다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협객 기질, 살기좋은 세상을 이루어야 한다는 식자로서의 책임과 의무감, 이런 것들이 두 사람을 이어준 질긴 끈이었다.

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어 전한다.

1760년 3월, 백동수가 열여덟 살 때의 일이다.

이덕무가 남산 자락에 있는 장흥동으로 이사 왔다는 소식을 들은 백동수는 사촌 동좌.동우.동원과 함께 이덕무의 집을 찾아 나섰다.

새로 이사 온집도 궁금했고 벗과 누이를 만난다는 반가움에 한달음 달려갔지만, 쉽게 찾을 것으로 생각했던 이덕무의 집은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다.

백동수는 한참을 헤매다 끝내 발길을 되돌리고 말았다.

며칠 후 이덕무가 보낸 종이 찾아왔을 때, 그는 전날에 낭패 당한 사연을 담은 시를 한 편 적어 건네주었다.

사연을 알게 된 이덕무는 곧 그가 보낸 시의 운율에 맞춰 답시를 지어 보냈다.

꽃잎 뜬 시냇물

느릿느릿 흐르는 곳.

내 집은 알기 쉬우니

물가에 사립문 있네.

속세의 나그네 왔다고

산신령이 의아하게 여겨,

일부러 구름을 깊게 하여

길을 잃고 돌아가게 한 거라네

백동수가 속세 사람인지라 산신령이 길을 잃게 한 것이니 너무 서글퍼하지 말라며 우스개로 위로한 것이다.

아마도 이덕무의 집은 남산의 외진 곳에 있었던가 보다.